온라인 상품구매시 '남자가 더 깐깐'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백화점 의류매장 매장 직원들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혼자 온 남성고객을 가장 선호한다. 점잖게 다가가서 “고르신 옷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고 한마디 하면 쉽게 옷을 팔수 있기 때문.

그 다음 선호고객은 남편과 함께오는 여성고객. 여성이 이 옷 저 옷을 골라입으며 옷을 고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남편이 “빨리 빨리 옷을 고르라”고 재촉을 하는 것이 보통. 그만큼 옷을 쉽게 팔 수 있다.

반대로 혼자 오는 여성 고객이나 친구들과 함께온 여성 고객은 좋아하지 않는다. 옷을 한 벌 파는데 걸리는 시간이 남성 고객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 옷 저옷을 입어놓고 ‘다음에 오겠다’며 그냥 가버리는 것도 다반사.

그러나 ‘여성고객이 남성보다 까다롭다’는 오프라인의 철칙이 온라인에서는 통하지않는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도 많다.

라이코스 코리아 쇼핑몰의 게시판에 올라오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의제기를 담음 글들의 90%는 남성들이 작성한 것이다. 쇼핑몰 고객중 남성대 여성 비율이 6:4임을 감안하더라도 남성중에 까다로운 소비자가 훨씬 많은 것.

자세한 조사자료는 없지만 신세계 백화점 사이버 몰의 영업담당자들은 남성 소비자가 상품을 사기 위해 ‘탐색’하는 시간이 여성보다 훨씬 길다고 말한다. 특히 가전제품 등 고가제품의 경우 남성들이 구매하는데 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이고 수많은 사이버 쇼핑몰을 드나든뒤 상품을 고른다.

남성 소비자의 영향력은 사이버 쇼핑몰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초고속통신망의 서비스의 문제점을 지적 소비자의 불만을 폭발시킨 각종 소비자 모임은 20대 남성 네티즌이 주도하고 있다. 또 특정기업을 비판하는 ‘안티(ANTI)사이트’도 남성소비자들이 주도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은 기존의 여성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활동을 남성도 함께 중시하는 전략으로 수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왜 온라인상에서는 남성 소비자가 까다로워지는걸까.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를 함께 해본 신세계백화점의 문상준 대리는 “오프라인에서는 남성들이 체면 등을 고려, 까다롭게 굴지 않지만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에서는 쇼핑시간도 마음대로 늘릴 수 있고 이의제기도 쉽게할 수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백화점에서 남성고객들은 여성직원들의 눈 때문에 이 것 저 것을 고르지 못하고 이의제기도 힘들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제약이 없다는 것.

온라인 상에 여성소비자가 급격히 늘고있지만 인터넷 쇼핑을 능숙하게 하는 소비자는 여전히 남성이 많기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롯데닷컴의 추동우차장은 “여성들은 초기 인터넷 사용자가 많아 신기한 마음에 충동구매를 하지만 인터넷 사용경험이 많은 남성들은 충분한 검토도 하고 불만이 있으면 게시판에 바로 글을 올린다”고 말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소비자는 남성이 많지만 반품을 원하는 사람은 여성고객이 대부분.

마케팅리서치 회사인 포스데이타 최영호이사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면 남성이나 여성의 차이없이 더욱 합리적이고 까다로운 소비자가 되가는 것이 선진국의 현상”이라며 “적어도 여성고객이 남성보다 까다롭다는 오프라인의 법칙은 앞으로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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