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라이프]벤처 밤문화 야식과 함께 시작

  • 입력 2000년 6월 18일 18시 46분


16일 오후 10시반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화벤처타운 내 한글과컴퓨터. 밤늦게 남아 작업하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한자리로 모여든다. 즐거운 야식시간이다. 일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일쑤지만 야식이 등장하면 굳이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을 알 수 있다.

즐겨 주문하는 메뉴는 통닭 피자 탕수육 등. 비용은 회사측이 전액 부담한다. 때로는 회사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순대 떡볶기 등을 사오기도 한다. 부담스러운 음식을 꺼리는 직원들은 냉장고 안에 보관된 과일을 꺼내 간단한 야식을 즐긴다. 채재은 팀장은 “보통 오후 6시면 저녁식사를 하기 때문에 밤 10시반∼11시쯤이면 배가 출출해진다”면서 “야식을 먹는 습관이 벤처기업 사이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전했다.

벤처 직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는 밤을 잊은 사람.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엔지니어는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부서들도 좀처럼 일찍 귀가하는 일이 없다. 밤 10시 전에 퇴근하면 미안함을 느낀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밤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게 되면서 야식 수요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굿모닝증권 5층에 입주한 라이코스코리아는 ‘철통같은’ 건물관리규정 때문에 일절 배달음식을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간혹 가방 속에 야식거리를 숨겨 들여와 먹기도 하지만 주로 애용하는 메뉴는 컵라면과 과자류. 회사측은 컵라면 과자 음료수 등이 떨어지지 않게끔 신경을 쓴다.

이 회사 직원들은 다음달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미래산업 소유 빌딩으로 이사하는 계획이 확정되자 요즘 마음이 들떠 있다. 이지윤 대리는 “앞으로는 마음대로 야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반겼다.

늦은 밤에 먹는 음식이라 부담없는 음식을 원하는 수요도 늘기 마련. 열량이 높은 음식과 콜라 등을 먹으면서 체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체중에 신경쓰는 직원들이 선택하는 야식 메뉴는 과일과 간단한 스넥류. 벤처 사무실 곳곳에 냉장고가 놓여있는 이유는 이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넷경매회사 옥션은 공용 냉장고 외에 부서별로 냉장고를 따로 관리한다. 이 안에는 부서비로 구입한 야식용 음식물이 채워져 있다. 과일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이 주메뉴. 가끔씩 푸짐하게 야식을 먹고 싶을 땐 회사밖으로 나가 24시간편의점과 포장마차 등에서 요기를 하기도 한다. 비용은 회사가 부담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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