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백신 국내개발 의미]원숭이실험 성공…임상시험 진입

  • 입력 1999년 12월 7일 19시 48분


‘20세기의 천형’인 에이즈를 예방, 치료하는 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에이즈 백신은 그동안 바이러스를 약화시킨 약독화(弱毒化)방식이 주류를 이뤘으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를 제거한 유전자재조합백신도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약독화바이러스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최근 DNA백신이 주목을 받고 있다. DNA백신은 바이러스의 특정 유전자만을 골라내 체내에 투입하는 방식. 바이러스를 ‘도둑’이라고 가정했을 때 도둑의 힘을 약화시켜 투입하는 생백신과 달리 도둑의 얼굴이나 손만을 떼어내 투여한다는 개념. 인체의 면역시스템은 ‘도둑의 손’만 보고도 즉각 가동되기 때문에 백신의 효과는 같다는 설명.

문제는 효능. 포항공대 성영철교수팀이 개발한 폴유전자 DNA백신의 시험은 가장 강력한 에이즈바이러스로 알려진 SIV239바이러스를 일반 감염농도보다 10배 높게 마카큐원숭이에게 정맥주사하는 ‘최악의 환경’에서 실시됐다. 그런데도 시험대상 원숭이 몸에서 4∼20주만에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는 효능이 확인됐다. 따라서 이 시험을 통과한 것은 사실상 실용화의 문턱에 섰다고 보아야 한다는 설명.성교수는 “우선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임상시험을 한 뒤 예방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박사팀은 안전성 시험은 쉽게 통과할 것으로 판단, 치료임상시험을 위해 환자가 많은 동남아 혹은 아프리카국가와 협조할 방침.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98년말까지 임상시험에 들어간 에이즈백신은 총 31종으로 이중 지원자가 1000명에 달하는 임상3단계(치료) 시험에 들어간 백신은 2종뿐. 이 단계를 통과하면 즉각 실용화가 가능하지만 아직 그런 DNA백신은 없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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