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체,경쟁 치열 설비투자만 『엄청』…「속빈강정」우려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통신업체의 채산성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경쟁으로 인한 요금인하와 과다한 설비투자로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통신업체인 한국통신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지난해에 비해 5.7% 늘어난 7조4천억원. 94년까지만 해도 6천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 「우량기업」으로 꼽히던 이 회사는 해마다 2천억원씩 흑자규모가 줄어 올해는 적자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전화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시외 국제전화 경쟁이 불붙어 요금이 내려가면서 수익률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통신은 지난 6월 직원을 2천여명 감축하고 올해말 신규채용도 지난해의 3분의 1 규모로 축소할 예정이다. 데이콤도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시외 국제전화 요금이 인하돼 4백억∼5백억원의 매출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총매출 목표 7천4백억원의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하나로통신에 7백억원을 출연한 것을 비롯, 글로벌스타 오라이언위성사업 등 사업확장으로 인한 대규모 투자도 경영상태를 어렵게 하는 요인. 한국통신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 개인휴대통신(PCS) 3사도 힘에 부치는 시설투자로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PCS업체들은 원래 내년초로 잡았던 상용화시기를 앞당겨 올해만 8천억∼9천억원씩 쏟아붓는 「소나기투자」를 했다. 또 가입자당 10만원으로 잡았던 가입보증금 제도가 있으나마나 한 것으로 사실상 폐지돼 초기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세기통신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9월말경 가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서고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세배 늘어난 5천억원으로 예상되는 등 외형성장은 눈부시다. 그러나 시설투자비가 올해만 6천억원이나 들어가 적자규모는 올해말까지 2천5백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신세기통신은 자본금을 2천억원 증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이동통신 나래이동통신 등 무선호출사업자도 시티폰사업에 업체당 1천억원씩 투자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PCS의 조기 등장으로 시티폰가입이 예상보다 저조한데다 무선호출 수요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매출목표를 수정해야 할 형편. 대부분 통신업체들이 경영악화 때문에 경비절감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SK텔레콤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상반기에 1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대비 55% 성장했다. 순이익도 1천6백억원. 그러나 하반기에 3천억원 이상 가입보증금을 반환해야 하고 PCS업체들과 경쟁도 치열해져 연말경 흑자 규모는 크게 줄어들 듯. 이동통신업계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통신장비업체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LG정보통신은 상반기에 6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에 비해 117%나 늘었다. 〈김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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