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복제]그 빛과 그림자

  • 입력 1997년 9월 13일 08시 22분


《지난 2월 복제 양(羊)돌리가 큰 파문을 일으킨 이후 원숭이와 소, 심지어 인간 배아 세포의 복제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등 복제문제가 다시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다. 아직까지 금기(禁忌)로 돼있지만 복제인간이 머지 않아 출현할 것 같은 분위기다. 과연 축복인가, 재앙인가. 복제 기술의 빛과 그늘을 조명해본다.》 생김새가 똑같은 사람을 무제한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스토리가 눈앞의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람보같은 근육질의 사나이, 히틀러같은 독재자, 마릴린 먼로같은 미인을 얼마든지 만들어 내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의 아버지와 똑같은 아버지가 출현한다면 자식은 그를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할것인가. 지난 2월 영국의 로슬린연구소가 공개한 복제양 「돌리」는 세계적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수정란이 아닌 성체(成體)의 세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생명체 복제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제」를 상업화하려는 기업까지 잇달아 등장하고 있어 윤리적 종교적 논란과 걱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복제에 관해서는 법적 제도적으로 아직 명확한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설사 이런 기준이 마련된다 해도 과학적 호기심과 개인적 이익을 막을 수 있을까. 윤리적 가책만으론 밀려오는 과학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 미국의 생명공학회사인 ABS글로벌사는 생후 6개월된 복제 송아지 「진(Gene)」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인피겐」이라는 자회사를 설립, 유전자 복제 기술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회사 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ACT사와 돌리 연구에 참여했던 영국의 PPL세러퓨틱사도 관련 기술을 이용해 의약품을 개발하는 등 상업적으로 이용하겠다고 이미 밝혔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종교단체인 라엘리언협회는 인간복제 서비스업체인 「베일런트 벤처」를 설립, 20만달러만 내면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해 자신과 똑같은 복제인간(클로네이드)을 만들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다. 인간을 복제하는 것은 기술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게 과학계의 설명. 그러나 복제한 개체를 「원본」과 100% 완전히 같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해도 두뇌와 영혼까지 고스란히 복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전자 복제는 흔히 원자폭탄에 비유된다. 선과 악의 두 얼굴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암이나 노화 등 아직 인간이 풀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은 틀림없지만 윤리적 종교적으로 엄청난 혼란을 몰고올 것이 분명하다. 세계적으로 인간 복제에 대해선 한 목소리로 반대의 뜻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법률로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곳은 아직 많지 않다. 문제는 순수하게 학문적 목적으로 「인간복제」를 허용한다고 할 때 이를 악용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이때문에 어쩌면 지구 어디에선가 복제인간이 탄생했을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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