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화 인터넷 점령…『과도한 폭력-性묘사』 비판도

  • 입력 1997년 6월 10일 10시 19분


인터넷에서 만화의 키워드는 망가(Manga), 애니메이션은 아니메(Anime)다. 망가는 만화(漫畵)의 일본식 발음이고 아니메 역시 애니메이션(Animation)의 일본식 발음. 유사한 뜻의 코믹스(Comics)나 카툰(Cartoon)은 인터넷에서는 만화의 공용어가 아니다. 역시 일본말인 오다쿠는 문화 비평과 작품 제작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니아를 가리키는 용어. 이 또한 애니메이션 마니아를 뜻하는 「아니메 오다쿠」를 통해 사이버 공용어로 자리잡았다. 망가 아니메 오다쿠가 국제어가 된 것은 일본만화가 사이버 공간에서도 위세를 떨친다는 증거. 이밖에 일본만화관련 홈페이지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망가가 사이버 세계를 휩쓰는 것은 사이버 세대의 정서를 사이버 문법으로 담아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이버 세대는 가상 현실에 익숙한 집단.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에 매료된다. 이들은 또 나홀로 공간에서 「맘대로」 성향을 지니고 있다. 특정 정형이나 개념을 싫어하고 우주를 상상의 끝까지 맘대로 요리하며 다마곳치같은 전자동물에게 생물과 마찬가지의 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같은 사이버 세대의 정서를 퍼담은 대표적 망가 사이트가 「신세기 에반겔리온」 「라디아」 「건버스터」 등이다. 특히 이 가운데 「신세기 에반겔리온」은 일본만화의 인기요소를 종합한 작품으로 평론가들은 보고 있다. 「신세기 에반겔리온」의 줄거리는 에바(거대 병기)를 타고 사도와 싸우는 14세 소년소녀들의 미래 SF 모험담. 그러나 정작 사이버 세대는 이런 이야기 구조에 흥미를 두지 않는다. 「신세기 에반겔리온」이 성서와 신화, 전설이 뼈대를 이루지만 줄거리의 기승전결이나 선악의 개념도 뚜렷하지 않다. 온통 수수께끼 투성이다. 인간과 일치되기도 하는 에바는 생물인 동시에 로봇으로 정의를 내릴 수 없으며 에바와 통하는 인간이 반드시 14세이어야만 하는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신세기 에반겔리온」은 그러나 일본만화 특유의폭력과 성적흥미를 유발하는대목도 적지 않다. 잘린 목이 피흘린채 날아다니는 대목은 사이버 상상력으로도 볼 수 있으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등장인물의 몸매나 의상 등 곳곳에서 성적 흥미를 유발한다. 만화평론가 박인하씨(29)는 『사이버 세대의정서를 간파한 에반겔리온에서 보듯 일본만화의 위력은 자유로운 상상력에서 나온다』며 『가상현실은 물론이지만 성과 폭력을 묘사하는 상상력도 서양만화에서 볼 수 없는 상업성을 지녔다』고 말했다. 〈허 엽기자〉 ▼ 日만화 50년 역사 ▼ 현대 일본만화는 5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다음은 문화 평론지 「이미지」 최근호에 나온 일본만화 현대사의 요약. 일본만화의 현대사는 1947년 데스카 오사무의 「신보물섬」에서 출발한다. 데스카 오사무는 이어 50년대 「철완 아톰」 「정글대제」 「리본의 기사」 등의 작품으로 일본 만화의 기틀을 다졌고 아톰은 패전에 지친 일본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었다는 평을 들었다. 60년대말 「마징가 Z」가 등장하면서 로봇 만화가 더욱 일본적 캐릭터를 띠게 됐고 「파이어」 「베르사유의 장미」 등으로 순정만화가 자리잡기 시작한다. 70년대는 「우주전함 야마토」 「은하철도 999」 「알프스 소녀 하이디」 「미래소년 코난」 등 TV애니메이션 시대였고 80년대부터 일본만화는 서구에 영향력을 끼친다. 특히 「추억은 방울방울」 「이웃집 도토로」 등 디즈니에 필적할 만한 예술성과 대중성으로 저패니메이션(저팬+애니메이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90년대는 일본만화의 전성기. 동남아 지역을 영향력 아래 두었고 미국 TV를 공략하기 시작, 95년 뉴스위크는 이를 「제3의 진주만 침공」으로 불렀다. 프랑스도 TV 애니메이션의 80% 이상을 일본이 점령하자 경계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 왜 인기있나 ▼ 일본만화의 대중성 코드는 소녀취향의 순정물과 로봇 전쟁이 펼쳐지는 로봇 메카물 등 두가지. 물론 「신세기 에반겔리온」처럼 두 가지를 배합시키는 게 일반적 추세다. 순정물은 최근 소녀취향에서 벗어나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순정물은 여러 유형의 주인공을 제시, 위험을 분산시키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두드러진다. 「세라문」처럼 미인형 자기주장형 섹시형 투사형 등 여러 유형의 전사들이 등장, 독자들의 선택폭을 넓히고 있는 것. 로봇 메카물은 기괴한 로봇들의 싸움에서 무자비한 폭력이 예사로 펼쳐진다. 특히 미국의 「슈퍼맨」 「스파이더맨」식의 영웅주의가 아니라 아기자기한 여러 종류의 로봇들이 등장한다. 또 일본만화는 일단 영상세대의 습성과 사고방식을 꿰뚫고 있다. 기성세대가 스토리로 만화를 이해하는데 비해 영상세대는 스토리의 완벽성보다 재미를 주는 특정 대목에 주목하고 대사에도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본 만화가 한칸(컷)의 구도와 각도를 중요시하고 특정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허 엽기자·도움말〓만화평론가 한창완 박인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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