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정보가전」시대…TV-PC 업체간 영역허물기

  • 입력 1997년 5월 14일 10시 15분


TV일까 컴퓨터일까. 요즘 가전업체와 컴퓨터업체가 발표하는 신제품을 보면 TV인지 컴퓨터인지 도무지 헛갈린다. 「24인치 화면과 3차원 입체 음향에 작동은 무선리모컨으로」. 언뜻 들으면 TV에 관한 내용 같지만 삼성전자가 지난달에 선보인 「텔레PC」의 선전문구다. 대우통신이 지난 10일 시판에 들어간 「가전PC」는 TV나 VCR처럼 리모컨으로 작동한다. 자주 쓰는 기능을 미리 등록해놓았다가 노래방 TV시청 영화감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학학습기나 인터넷폰으로도 쓴다. TV도 PC를 닮아간다. 대우전자의 「개벽 인터넷TV」는 TV에 고속모뎀을 달아 인터넷에 자유자재로 접속할 수 있다. 소파에 편안한 자세로 앉아 무선키보드로 멀리 떨어진 TV를 조종, 전자우편이나 PC통신을 즐긴다. 삼성전자가 최근 국제컴퓨터소프트웨어전시회에 출품한 「차세대정보TV」도 CD롬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장착했다. 이것을 이용해 영화도 보고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컴퓨터는 「계산」하고 「정보」를 얻는 것이 목적이고 TV는 「뉴스」를 전하고 「즐기려는」 동기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디지털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TV와 컴퓨터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TV에 인터넷과 멀티미디어기능을 붙여 「정보가전」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반면 컴퓨터업체들은 PC로 TV 못지않게 동영상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화면을 키우고 화질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가전업체와 컴퓨터업체들이 영역을 허물며 한데 엉켜 싸우는 것이다. 대우전자 이동성TV마케팅부장은 『TV는 점점 대형화면을 추구하고 PC는 휴대하기 편한 소형화의 길을 걷고 있어 결합하기 힘들다』며 『그렇지만 중간제품의 경우 양자의 기능이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흔히 PC와 TV의 싸움을 「30㎝와 3m의 대결」로 표현한다. PC는 이용자가 가까이 들러붙어 혼자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고 TV는 일정 거리를 두고 거실에 여러 명이 둘러앉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보」에 강한 PC와 「흥미」위주의 TV, 사용자들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 줄까. 〈김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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