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전용회선 불통 잇달아…敵은 상어-쥐-번개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김종내 기자] 거대한 물결처럼 번지는 인터넷의 적(敵)은 해커나 포르노물 뿐인가. 아니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은 「상어」나 「번개」 아니면 「쥐」가 될 수 있다. 인터넷이 입는 자연재해가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H텔레콤으로부터 인터넷 전용회선을 빌린 K씨(자영업자). 인터넷 연결이 한달에 두세 차례나 불통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그는 참다못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문의했다. 거의 일주일간 접속이 안된 사정에 대한 담당자의 변명이 걸작이었다. 『태평양을 가로지르고 있는 미국과의 국제회선을 상어가 물어뜯은 것 같습니다. 상어의 공격은 저희로서는 어쩔 수가 없군요』 K씨는 아연실색했다. 상어가 전용회선을 끊었다니 할 말을 잃었다. 인터넷 접속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접속이 끊어졌다. 문의 전화를 했더니 이번에는 다른 담당자가 받았다. 『번개를 맞아 시스템(인터넷 서버)이 그만 멈춰버렸습니다. 가능한한 빠른 시간 안에 복구하겠습니다』 천재지변인 만큼 담당 직원들도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K씨는 그때부터 매달 1백만원씩 하는 전용회선 이용료를 아예 내지 않고 있다. 그는 인터넷 연결이 끊어질 때마다 이 황당한 사고들을 기록해두고 있다. 그가 본 숱한 피해는 다른 고객들도 마찬가지로 겪었을 것이다. 물론 인터넷 업체가 실수를 덮기 위해 그런 식으로 원인을 둘러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그러나 인터넷이 「안전사고」 앞에서 힘없이 쓰러질 수 있다는 사실을 쉽게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한국통신의 한 국제망 관리담당자는 『인터넷서비스업체로부터 한달 평균 1백여건의 사고가 접수된다』며 『업체들이 의외로 인터넷망의 안전사고에 무관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례는 최근 미국에서도 일어났다. 인터넷업체 BBN의 지역망 중 하나인 스탠퍼드대학의 전원시스템이 올해 초 별안간 다운되어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기업체 4백여 곳의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것이다.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이 사건은 해킹이나 잘못 짠 프로그램 탓은 아니었다. 원인은 「쥐」가 전용선을 갉아댔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의 시초인 「알파넷」이 핵전쟁을 대비해 고안되었다는 사실마저 초라해진다. 세계적으로 인터넷의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자연재해에 따른 「안전사고」는 또다른 정보 재앙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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