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가정간편식 3조원 시장, 선점경쟁 불붙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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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
국내 식품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분야는 단연 가정간편식(HMR) 시장이다. 라면을 제외한 간편식 시장은 2016년부터 연평균 30%씩 성장하고 있다.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 몇몇 인기 상품 위주에서 비비고, 피코크 등 브랜드 상품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제품의 질도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전망도 밝다. 간편식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경제 성장 둔화, 1인 가구 증가,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확대 등이 꼽힌다. 한국 외식 시장은 일본처럼 저가 식당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지만 서비스나 분위기 등은 다소 떨어지는 곳들이다. 이 때문에 집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편식은 저가 외식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간편식 시장의 확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과 인구구조는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하다. 이 시기는 일본의 간편식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던 때다. 국내 간편식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전체 식품 시장 규모(약 200조 원)의 2% 미만이다. 일본은 지난해 이 비율이 14%를 넘어섰다.

국내 식품기업들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시장 규모는 3조 원을 넘어섰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투자도 활발하다. CJ제일제당은 향후 수년 동안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산업에서는 시장 선점이 가장 중요하다. 소비자에게 먼저 각인될수록 마케팅 등 추가 투입 비용이 줄어든다. 따라서 간편식 시장의 투자는 공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형 기업에도 기회는 있다. 오리온이 초코파이로 중국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것이 좋은 예다. 아직 간편식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기회는 모든 가공식품업체에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올라탄 기업과 그러지 못한 기업의 가치는 앞으로 극명하게 나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는 간편식에 합성첨가제나 방부제 같은 음식물 보존제를 줄이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당분간은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이 간편식 시장의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빠른 속도로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는 한국 식품업체에도 기회와 고민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
#가정간편식#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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