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최진영]국민 정신 건강은 심리-복지사도 챙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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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한국임상심리학회장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한국임상심리학회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저출산율, 노인 고독사 급증…. 여러 매체에 소개되는 이런 지표들만 봐도 한국인은 고단하다. 정신건강 개선이 시급하다. 다행히 정부와 각계에서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본보 21일자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인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기고한 글에서 정신보건 환경을 염려하는 의견에 동감한다.

현재 국내 심리 및 상담 관련 자격증은 무려 2000개가 넘고 이를 관리하는 법과 제도가 상당히 미비하다. 심리학 전문 교육, 심리 치료 및 상담에 대한 필수적인 수련이 안 된 인력에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현실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을 가진 이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다만 권 교수가 기고문에서 정신건강 전문가를 의사에 한정해서 정의한 것은 깊은 아쉬움이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보건 위기를 경험한 선진국들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풀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증하는 우울증 및 불안 장애에 대처하기 위하여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이라는 개념을 보다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적인 요인들을 통합하는 접근법을 강조하게 됐다. 여기에는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한 의사를 비롯해 임상 및 상담심리사, 사회복지사 및 전문 간호사들이 참여해 국민의 정신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은 이들과 함께 양질의 정신건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제도들을 갖추게 됐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정부도 정신보건법을 제정해 국민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내 시스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심리 서비스 전문가 교육 및 양성이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반면 민간 정신건강시스템이 가장 발달된 미국은 각 주가 관리를 한다. 자격증의 주요 요건인 심리학 학위, 자격시험 및 수련으로 구성된 심리학자 자격증 제도를 모든 주가 통일되게 갖추고 있다. 우리 정부도 심리 서비스에 필요한 교육과 수련에 대한 지침과 단일화된 자격증을 제도화해서 국민이 제대로 된 심리 및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2013년 OECD가 우리 정부에 권고한 것처럼 심리학 정신건강 전문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권 교수가 기고문에서 우려를 표명한 것과 달리 이들이 심리학 석사학위를 받고 자격시험과 수련을 통해 양성되고 있으며, 현재 정부 기관과 민간 영역에서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 국민도 선진 정신건강 서비스를 누리려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과 함께 심리학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또 무자격자가 상담 및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최진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한국임상심리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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