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名문장]분열과 갈등에 굴복하지 않으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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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명예교수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명예교수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구덩이 속같이 어둡다. 정복되지 않는 영혼을 내게 주심에 어떤 신(神)에게라도 나는 감사하리라./운명의 막대기가 날 내리쳐 내 머리가 피투성이가 되어도 나는 울지 않으리. 분노와 비탄 너머에 어둠의 공포만이 거대하고 절박한 세월이 흘러가지만 나는 두려움에도 떨지 않으리./지나가야 할 문이 얼마나 좁을지, 얼마나 가혹한 상황이 기다릴지는 문제 되지 않는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존 칼린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Invictus)’》
 

책의 소제목은 ‘넬슨 만델라와 국가를 만든 게임’이다. 1994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평등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넬슨 만델라의 따듯한 융합 과정을 보여준다. 흑인 인권운동을 주도해 27년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대통령 당선 후 백인에게 일체의 정치 보복을 하지 않고 ‘화해와 관용의 정치’를 펼쳤다. 하지만 빈곤과 질병에 뿌리 깊은 인종문제까지, 사분오열한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

만델라 대통령이 국민 화합의 도구로 찾아낸 것이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 대회. 남아공의 흑인 국민들이 백인으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을 싫어하는 나머지 평가전에서 상대 팀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만델라 대통령은 스포츠를 통해 온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겠다고 결심하지만 남아공 대표팀의 실력은 16개 참가국 중 꼴찌였다. 만델라는 연습장에 찾아가 새로운 남아공을 만들어갈 기폭제가 되어 달라고 독려했지만 반응은 냉랭했다.

고심하던 만델라는 대표팀 주장을 대통령궁으로 초대해 차를 대접하며 손수 시를 한 수 적어준다. 투옥 당시 언제 석방될지 모르는 답답함 속에서 늘 암송하며 용기를 잃지 않게 해준 시가 바로 ‘인빅터스’라는 시다. ‘굴복하지 않으리’란 의미의 라틴어다. 윌리엄 헨리가 결핵 후유증으로 25세에 다리를 절단한 후 26세 때 침상에 누워 쓴 시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며,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란 구절이 주장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 후 솔선수범하여 연습 전후로 추가 운동을 하며 팀의 사기를 북돋운다. 그 결과 국가대표팀은 기적처럼 8강에 오른다. 대표팀 선수들이 흑인 노동자의 노래인 ‘쇼쇼로자’를 부르며 경기장을 떠나는 감동적인 모습도 생중계된다. 준준결승 경기부터는 피부색과 상관없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대표팀을 응원했다.

위기는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필수 요소이다. 공유하는 비전이 있다면 기적처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힘도 생긴다. 2002년 월드컵에서 그랬듯이 남아공 국가대표팀은 국민적 염원 속에 기적 같은 우승을 선사한다. 우리도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끝내고 미래의 비전을 향해 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명예교수
#존 칼린#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넬슨 만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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