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답이 하나라는 집착을 버릴때 변화는 시작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나오는 대답은 반드시 한 가지가 아니다.―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을 공부하는가(후쿠하라 마사히로·엔트리·2015년)》

지난해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일어난 포항 지진으로 온 나라의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일생일대의 중요한 시험이 갑자기 1주일 연기되면서 혹여나 컨디션 조절에 지장을 받진 않을까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한편으로 슬픈 생각도 들었다. 하루 종일 5개의 선택지 중에서 답을 골라 풀어야 하는 시험이 주는 중압감이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걸 생생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은 머릿속에 꾹꾹 지식을 눌러 담기 무섭게 시험에서 문제를 풀고 답을 찾아야 한다. 한국은 그런 공부 방식이 익숙한 사회다.

이 책의 저자인 후쿠하라 마사히로는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교육을 받은 자신의 얘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국에도 적용되는 얘기를 한다. 그는 아시아 학생들이 빈칸 채우기 문제와 선택형 문제만을 잔뜩 풀고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를 보는 순간 기계적으로 답을 떠올리는 교육에 익숙한 학생은 나중에 그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머리에 잘 저장은 했지만 정작 필요성을 느껴서 익힌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식을 잘 쌓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는 “일본인은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못한다”면서 “이것이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인재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아시아인들은 글로벌 기업 내 중요 직책에서 밀리고 협상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잦다. 저자는 주입식 교육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분석한다. 한국에서도 상명하달 방식의 업무 진행이 아직은 더 익숙하다.

유럽과 미국에선 주입식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난해한 문제를 고민하고 푸는 방식의 교육이 오래 진행됐다. 그렇게 배운 엘리트는 탄탄한 논리로 상대를 압도한다. 우리는 그들과 문화가 다르다고 변명만 할 수 없다. 저자는 “답은 한 가지가 아니다”라는 점을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강조한다. 하나의 답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연습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변화를 위해 시작해야 할 첫걸음이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후쿠하라 마사히로#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무엇을 공부하는가#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