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비키니] 상대 블로킹 가장 ‘잘 벗기는’ 세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7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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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스파이크에 맞서 3인 블로킹 벽을 만든 현대캐피탈 선수들. 왼쪽부터 문성민, 신영석, 안드레아스. 현대캐피탈 제공
상대 스파이크에 맞서 3인 블로킹 벽을 만든 현대캐피탈 선수들. 왼쪽부터 문성민, 신영석, 안드레아스. 현대캐피탈 제공

“스파이크 앞의 벽을 연다. 그러려고 세터가 있는 거야.” (만화 ‘하이큐!!’ 중)

배구에서 세터가 해야 할 일을 이보다 잘 설명한 문장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배구 팬 중에는 세터를 ‘가위바위보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양 날개와 가운데 중에서 어느 코스로 세트(토스)할 것인지 판단해 스파이크 앞의 벽 그러니까 블로킹 벽을 열어 공격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게 세터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니까요.

실제 결과도 그렇습니다. 27일 현재 기준으로 프로배구 2017~2018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한 명일 때 공격 성공률은 55.9%로 2명 또는 3명일 때 47.4%보다 8.5% 포인트 높습니다. 확실히 ‘블로킹을 벗겨내면’ 공격 성공률이 올라갑니다.

그러면 이렇게 블로킹을 가장 잘 벗겨낸 선수는 누구일까요?
현대캐피탈 팬 여러분 기뻐하세요. 여러분의 노홍렬 아니 노재욱(25·사진)이 주인공입니다.

현대캐피탈 제공.
현대캐피탈 제공.

노재욱이 현재까지 세트를 시도한 건 총 554번. 한국배구연맹(KOVO)에서는 이 중 540번에 대해 상대 블로커 숫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540번 중에서 상대 블로커가 한 명도 없던 건 42번(7.8%), 1명일 때는 205번(38.0%)이었습니다. 그러면 블로커가 0명 또는 1명인 경우(0+1)는 총 45.7%가 됩니다.

KB손해보험에서 주전 세터 황택의(21) 뒤를 받치는 양준식(26)이 41.3%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3위는 40.2%를 차지한 대한항공 한선수(32)가 차지했습니다. 세트를 100개 이상 기록한 세터 중에서 이 ‘0+1’ 비율이 40%를 넘긴 건 이 세 명뿐입니다.


노재욱에 이어 이승원(24)이 4위에 오른 데서 눈치챌 수 있듯이 팀 순위에서도 현대캐피탈이 41.2%로 0+1 순위 1위였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삼성화재가 승점 25점으로 2위 현대캐피탈(18점)에도 7점 앞선 채 1위를 달리고 있는 게 신기해 보이기도 합니다. 2위 현대캐피탈과 최하위(7위) OK저축은행(12점) 사이 승점 차이(6점)가 1, 2위간 승점 차이보다 오히려 적습니다.

현대캐피탈 2인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삼성화재 타이스(왼쪽). 천안=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현대캐피탈 2인 블로킹을 뚫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는 삼성화재 타이스(왼쪽). 천안=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제일 큰 이유는 역시 외국인 선수 타이스(26). 리그 전체로 보면 상대 블로커가 3명일 때 공격 성공률은 41.2%밖에 되지 않지만 타이스는 블로커 3명을 앞에 두고도 공격 성공률 50.4%로 흔들리지 않는 면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타이스가 괜히 ‘2단 공격’에서 강점을 보였던 게 아닙니다.

[황규인의 잡학사전]배구서 3단 플레이를 왜 ‘2단 공격’이라고 부를까?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블로킹 벽에 아랑곳하지 않는 삼성화재가 블로킹 벽을 열려는 다른 팀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과연 삼성화재가 계속 상대 팀 블로킹 벽을 뚫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블로킹 벽을 여는 데 성공한 다른 팀이 결국 순위를 뒤집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상대 공격수를 잡아내고야 말겠다는 블로커처럼 매 경기 승점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각 팀도 힘껏 또 힘껏 점프하고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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