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미국식 ‘1인 1표 선거제’와 중국식 ‘현능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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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적은) 선거민주주의가 현능주의 정치체제에 비해 절대적으로 우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1인 1표의 원칙으로부터 거룩한 후광을 걷어내는 것뿐이다. ―‘차이나 모델’(대니얼 A 벨·서해문집·2017년)》

가끔씩은 밑도 끝도 없이 이상한 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1인 1표 선거제도가 정말 옳은가?’ 같은 것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에 의문을 가져보는 일말이다. ‘우주판 삼국지’라는 별명이 붙은 다나카 요시키의 소설 ‘은하영웅전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중우정치로 전락해버린 민주주의와 뛰어난 지도자가 이끄는 전제정치 중 과연 어떤 것이 나은지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은하제국’에서 ’자유행성동맹’은 민주주의를 신봉하지만 정치가들이 다음 선거에 유리할지 말지에 따라 전쟁 여부를 결정하는 등 심각한 내부 분열을 겪는다. 사실상 중우정치가 돼버렸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그 자체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계속 그 체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필자는 1인 1표제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식 선거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저자가 ‘현능(賢能)주의’라고 부르는 중국식 정치체제를 옹호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물론 부패 등 문제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실제로 저자는 그 때문에 ‘중국 공산당의 앞잡이’라는 욕도 많이 먹는다. 하지만 선거민주주의가 좋은 지도자를 선출하는 최선의 방식은 아닐 수 있음을 깨닫게 하려 애쓴다.

현능주의란 관료체제 안에서 성장한 높은 지적 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가 국가를 이끄는 방식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저자는 다수의 전횡,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의 전횡, (미래 세대는 생각하지 않는) 투표 집단의 전횡,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는) 경쟁적 개인주의자의 전횡을 선거민주주의의 폐단으로 지적한다. 선거민주주의를 유지하더라도 관료들에게 힘을 더 실어주는 현능주의 요소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가 열리면서 중국 정치구조와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중국의 관점이 많이 담긴 책이어서 책을 읽고 공감하지 못할 독자도 많을 것이다. 꼭 공감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전혀 다른 생각을 들어보는 것도 때로는 필요하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1인 1표 선거제#현능주의#차이나 모델#대니얼 a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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