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1월 13일]“하늘에서 불덩이가…” 1985년 콜롬비아 화산 대폭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12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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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화산폭발현장에서 의료요원이 촛불 아래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동아일보 지면 캡처
콜롬비아 화산폭발현장에서 의료요원이 촛불 아래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동아일보 지면 캡처

“좀 쉬었다 오세요.”

열세 살 소녀 오마이라 산체스는 구조대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온몸이 화산재에 묻힌 채 얼굴만 재 위에 올라온 상황. 그는 “그저께 수학시험이 있었는데 보지 못했네요…”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구조대원들이 소녀의 몸을 몇 ㎝ 끌어올리긴 했지만, 진흙이 굳은데다 소녀의 발이 무너진 집 잔해에 갇혀 온전히 꺼낼 수 없는 상태였다. 화산 폭발 사흘째, 소녀는 끝내 목숨을 거두었다. 그는 1985년 11월 13일 발생한 콜롬비아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 폭발로 인한 희생자 중 한 명이었다.

“현장을 비행한 목격자들은 ‘네바도 델 루이스’ 산으로부터 약 50㎞ 떨어진 아르메로는 도시 전체가 진흙과 화산재로 덮여 ‘최후의 날’을 맞이한 듯 했다고 전하고 아르메로 시내 일부에는 100여 채의 가옥만 앙상하게 남아 있을 뿐 인적이 없었다고 말했다.”(동아일보 1985년 11월 15일자 1면)

해발 5321m의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은 오랫동안 휴화산이었다. 그러나 11월 13일 밤 9시 30분 화산이 폭발하면서 화산재와 연기가 7890m 높이까지 뿜어 나왔다. 이로 인해 산정상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랑구닐라강이 범람했다. 화산에서 50㎞ 떨어진 인구 5만여 명의 도시 아르메로에 홍수가 덮쳤다. 아르메로는 순식간에 진흙과 화산재로 덮였다. 사망자는 2만5000여 명에 달했다.


“굉장한 폭발음이 들렸다. 조금 지나자 하늘에서 불덩이가 떨어졌다”며 생존자는 몸서리쳤다. 현장 스케치가 실린 동아일보 1985년 11월 15일자 3면 제목은 ‘도시를 묻어버린 불과 물의 연옥’이었다. 20세기 최악의 화산 재해였던 셈이다.

산체스 양의 구조가 좌절되자 콜롬비아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애도에 잠겼다. “엄마 아빠 여기예요”라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구조대가 열심히 찾아보니 아이가 아니고 앵무새였다는 보도는, 그만큼 애타게 부르짖었을 아이의 요청을 앵무새가 따라했음이 짐작돼 더욱 애틋했다.

극적으로 구조된 사람들의 사연도 전해졌다. 구조대원들은 화산폭발로 부상당한 어린아이들을 구해내 구조센터로 옮겼다. 트럭에 갇혔다 닷새 만에 구조된 운전사, 진흙 더미에서 25일 만에 구조된 노파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구호품과 지원금을 보내 유례없는 자연재해로 인한 상처가 하루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했다.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은 지난해에도 분출했다. 화산재가 산정에서 2㎞ 이상 치솟았고, 인근 공항 2곳이 안전 문제로 폐쇄됐다.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가 꿈틀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화산 폭발 현장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면서 담에 매달린 사람들. 동아일보 지면 캡처
화산 폭발 현장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면서 담에 매달린 사람들. 동아일보 지면 캡처

우리나라는 ‘불의 고리’ 밖에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 시 남남서쪽 8km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불의 고리’ 바깥 지역의 자연재해 피해가 더 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연재해는 인간이 막을 수 없지만 그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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