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연애-결혼-가정… 이 모든 게 사라질 수도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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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4일에 일제히 수정된 아이들의 출산 시기는 8월 말부터 9월 중으로, 바야흐로 그 계절이 돌아옵니다. … 머지않은 미래, 인류는 ‘가족 시스템’이 아니라, 이 새로운 ‘에덴 시스템’으로 번식할 것이라 예상합니다.―‘소멸세계’(무라타 사야카·살림·2017년) 》
 
한 달 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출산을 기다리며 많은 생각들이 찾아온다. 배 속의 아이가 울렁이는 몸짓이 커지는 만큼 두려움과 설렘도 커진다. 그러면서도 문득 엄마라는 이름이 내게 붙여진다는 게 낯설다. “당연하지, 누구든 엄마인 게 아니라 ‘엄마가 되어 가는’ 거니까.” 이런 내 심정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었다.

‘소멸세계’는 제목만큼이나 의미심장한 일본 소설이다. 일본은 이미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과 고령화, 1인 가구 증가를 겪었다. 칸막이 라멘집이나 연애 생각 없이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가는 일본 젊은 층의 모습은 다큐멘터리에서도 숱하게 비췄다. 우리 사회에서 최근 깊어지고 있는 결혼과 가정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일본 사회는 이미 한 차례 겪었을 것이다.

책에 나오는 사회는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연애와 결혼, 가정의 의미가 완전히 변해버린 세계다. 사랑하는 이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갖는 것은 과거 인류의 역사로 취급된다. ‘발전된’ 세계에서 인류는 가장 효율적인 형태인 사이버 가상 연애로만 성욕을 해결한다. 결혼은 부부의 결합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친밀한 이와의 동거 시스템이다. 임신과 출산은 원하는 이에 따라 인공수정으로만 이뤄지므로 가정이 있든 없든, 가정의 구성원이 동성이든 여러 명이든 상관이 없다.

많은 미래공상소설의 주인공들이 그러하듯 주인공 ‘아마네’는 이러한 세계에 대해 홀로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한다.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사랑이나 모성애, 집착 등의 감정이 진정으로 소멸될 수 있는 것인지 끝까지 실험한다.

1932년에 출간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키는 이 책은 사랑과 연애, 가족을 ‘낯설게’ 보여줌으로써 그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소멸세계#무라타 사야카#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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