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0월 16일]1972년 ‘자유학습’ 등장에 학생·학부모 반응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5일 16시 48분


코멘트
“아침이면 무거운 책가방을 짐스럽게 들고 등교, 좁은 교실에 틀어박혀 틀에 박힌 수업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이들. 한없이 푸르고 씩씩하게 자라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한 어린 싹들을 좀더 자유롭고 싱그럽게 키워보고자 하여….”(동아일보 1972년 10월 16일자 7면)

이런 취지로 시행된 게 ‘자유학습의 날’이었다. ‘전국의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일주일 중 하루를 책가방 없이 등교해 어린이들에게 야외 현장 현습, 취미 활동, 실기활동 등을 실시한다’는 게 주요내용이었다. 문교부는 1972년 10월 16일 ‘자유학습의 날’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그해 1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자유학습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행 1개월 뒤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90%, 학생 96%가 이 제도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하는 교사도 76%나 됐다. 반면 제도에 반대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었다. 학생들은 ‘이날 너무 걷거나 뛰어서 피곤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는 ‘어린이들의 학력저하를 우려’했다. 교사들은 ‘바람직한 교육 계획안 짜기가 벅차다’는 이유를 들었다.(동아일보 1972년 12월 4일자 6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만만치 않았다. 아이들의 어깨에서 책가방은 내려놓게 했지만, 교사들의 고민대로 학습 자료와 시설 등의 미비로 ‘자유학습의 날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적지 않았다. 야외학습을 하려 해도 단체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는 점, 강당이나 미술실, 음악실이 있는 학교가 적어 다양한 취미, 실기활동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동아일보 1972년 12월 4일자 6면) ’자유학습의 날‘은 2년 넘게 실시됐지만 장관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러나 이 실험이 한 번에 그친 건 아니었다. 1995년 ’책가방 없는 날‘이 실시됐다.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야외 견학과 탐구체험 등을 하도록 한 거였다. 1972년 ’자유학습의 날‘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학생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6일 수업을 해왔던 때에 ’책가방 없는 날‘은 이후 주5일제 수업의 계기가 됐다.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체험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자유학기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제과제빵 실습체험을 하는 모습. 동아일보DB
2016년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의 수업 부담을 덜기 위한 실험의 연장선이다.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지필평가 대신 진로교육과 실습수업을 받도록 해 실질적인 미래 탐색을 하도록 돕는다는 것. 일각에선 자유학기와 일반 학기와의 연계, 교사의 업무 부담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특히 ’자유학습의 날‘ 때도 나왔던 학부모들의 ’학생들의 학력저하‘에 대한 걱정이 만만치 않다. 이로 인해 ’자유학기제는 학교시험 부담이 없어 오히려 선행 학습의 적기‘라며 사교육에 매달리는 부작용도 생겼다. 학부모들의 우려는 최근이나 45년 전이나 닮았다. 교육열은 오히려 더 높아진 상황에서 ’자유학기제‘가 ’자유학습의 날‘과 같은 운명을 겪지 않고 이상적인 취지를 실현해 나갈지 고민해야할 대목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