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10월 5일]보이스카우트, 한반도에 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5일 0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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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보이스카우트 유니폼을 입고 출연한 방송인 유재석 씨. MBC 화면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보이스카우트 유니폼을 입고 출연한 방송인 유재석 씨. MBC 화면 캡처

그 남색 유니폼은 동네 꼬마들 모두의 심장을 쿵쾅 뛰게 만들었다. 학교에 누군가 (보이) 스카우트 유니폼을 입고 오면 너나 할 것 없이 항건(스카프) 끝을 잡고 빙빙 돌리기 바빴다. ‘잼버리’라는 낯선 낱말 역시 스카우트 출신 얼굴에는 옅은 미소로 퍼진다. 인정하자. 그 시절 우리는 누구나 스카우트를 꿈꿨다.

이렇게 한국 소년들 가슴에 ‘로망’으로 남은 스카우트는 언제 한반도에 들어왔을까. 정답은 1922년 오늘(10월 5일)이다. 당시 중앙고등보통학교(현 중앙고교) 체육 교사였던 조철호 선생(1890~1941)은 ‘조선소년척후단’을 조직하고 이날 발대식을 열었다. 동아일보에서는 그해 10월 7일자에 이 발대식 소식을 전했다.

1922년 10월 7일자 지면
1922년 10월 7일자 지면


당시 동아일보는 조 선생이 “영국에서 처음 이(스카우트) 운동이 일어난 후 세계 각국에서 채용해 많은 효과를 얻었고 현재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회원이 800만 명이 이른다. 자유와 의를 존중하는 점에서는 오히려 압제적인 군대 교육보다 낫다는 평가가 있다”며 “더욱이 조선 소년 같이 나약한 소년은 크게 이런 운동을 장려해 용감하고 고상한 기풍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이스카우트를 처음 만든 건 로버트 베이든 포우엘 영국 육군 중장(1857~1941)이었다. 그는 1908년 ‘소년들을 위한 정찰법(Scouting for Boys)’이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을 읽은 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스카우트 운동’이 벌어지게 된다.

군인이 처음 이 운동을 시작한 만큼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스카우트 대원을 정말 소년 정찰병으로 활용하는 일도 있었다. 한반도에 처음 스카우트가 들어올 때 ‘척후단’이라는 썼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다 캠핑처럼 일상적인 야외 할동을 추구하는 바뀌면서 군대 색깔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예 ‘요즘 군대는 (너무 편해서) 완전 보이스카우트야’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기억력에 정말 자신 있는 스카우트 출신 독자라면 지금 한번 다음 구절을 얼마나 기억하고 계신지 확인해 보시라.

나는 나의 명예를 걸고 다음의 조목을 굳게 지키겠습니다.
첫째, 하느님과 나라를 위하여 나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둘째, 항상 다른 사람을 도와주겠습니다.
셋째, 스카우트의 규율을 잘 지키겠습니다.

아, 물론 엄지로 새끼손가락을 잡고 나머지 세 손가락만 펴는 손 모양은 잊지 않으셨으리라 믿는다. 그럼 준비!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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