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꿈속 악마가 들려준 타르티니의 소나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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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한가위 연휴가 다가왔군요. 한가위는 달과 친해지는 때죠. 바쁜 생활 속에서 하늘을 잊고 살던 사람들도 사랑하는 이들과 모처럼 보름달 한번 쳐다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랑스인 제롬 랄랑드(1732∼1807)는 달과 친한 사람이었습니다. 천문학자였으니까요. 지구의 자전에 따라 달의 각도가 달라지는 시차(視差)를 연구해 한층 정밀하게 달까지의 거리를 알아낼 수 있게 했고, 그 공로로 독일 베를린 아카데미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핼리혜성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한 것도 그의 공적으로 꼽힙니다.

주세페 타르티니.
주세페 타르티니.
그런데 그의 이름은 유명한 음악 작품과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 주세페 타르티니(1692∼1770)가 쓴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입니다. 랄랑드가 쓴 ‘프랑스인의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글에 그는 타르티니가 한 말을 그대로 들려준다며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어느 날 꿈에 악마가 나의 하인이 되었다. 그가 나에게 바이올린 소나타를 들려주었는데 너무나 멋져서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에서 깬 뒤 이 곡을 생각나는 대로 악보에 옮겨 적었지만 도저히 악마가 들려준 그 멋진 음악에 미치지 못해서 바이올린을 부수고 음악을 접을 생각까지 했다….”

부아이의 일러스트 ‘타르티니의 꿈’. 동아일보DB
부아이의 일러스트 ‘타르티니의 꿈’. 동아일보DB
이것이 타르티니의 소나타 G단조 ‘악마의 트릴’이 세상에 남게 된 배경입니다. 재빠른 트릴(두 음 사이를 떨듯이 빨리 오가는 장식음)이 인상적이어서 이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실제로 타르티니가 이런 말을 했는지, 순전히 랄랑드의 상상에서 나온 얘긴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악마가 연주해 들려주었다’는 이 곡은 오늘날도 음악 팬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오늘(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임지영 & 임동혁 듀오 리사이틀에서 모차르트의 두 바이올린 소나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와 함께 타르티니의 이 ‘악마의 트릴’ 소나타가 연주됩니다. 연주회에 참석하시는 분들은 즐거운 시간 가지시길 바라고, 독자 여러분도 즐거운 한가위 연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달을 보면서 ‘천문학자와 악마 이야기’라는 기묘한 조합도 한번 떠올려 보시고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주세페 타르티니#이탈리아 바로크 작곡가#악마의 트릴#타르티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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