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비행기]한쪽 벽면을 사전으로 채운 시인의 작업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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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시인의 작업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가 쓴 수십 권의 시집이나 각종 원고지보다 눈에 띄는 것은 한쪽 벽면을 채운 각종 사전이었다. 특히 그가 자주 본다는 사전은 표지가 완전히 너덜너덜해져 테이프로 겨우 책의 형상을 유지할 정도였다. 그가 이토록 사전을 아끼는 이유는 뭘까.

시인은 “30년 넘게 시를 써왔지만 여전히 모르고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단어들이 차고 넘친다”라며 “시인의 삶이 끝날 때까지 사전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개봉 2주 만에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의 원작 소설가 김영하는 “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라고 한 TV 프로그램에서 말했다. 그는 이름을 모르는 꽃을 보면 즉석에서 꽃 이름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해 꽃 이름을 손수 메모하곤 했다.

글의 경지에 오른 대가들에게선 현란한 기술이나 심오한 이론 대신 이처럼 단어 하나에 천착하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하라’는 격언은 어디서나 유효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시인의 작업실#아름다운 단어#작가는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기본에 충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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