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성의 오늘과 내일]김동연 부총리에게

황재성 경제부장 입력 2017-06-14 03:00수정 2017-06-1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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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경제부장
“역대 부총리 중 최악의 조건에서 일하는 셈이다.”

12일 국회 방문으로 첫 공식 활동을 시작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전·현직 경제부처 고위 공무원들의 언급이다. 9일 임명장을 받고 취임식도 미룬 채 국회를 찾은 경제부총리의 이례적인 행보를 놓고 “일처리를 중시하는 ‘워커홀릭’답다”는 덕담에 이어 쏟아진 우려였다.

의아했지만 설명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와 통상 환경 악화라는 대외 조건에다 가계부채, 청년실업, 노동시장의 이중고 등 구조적인 문제가 산적한 국내 경제 상황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1기 내각에서 그가 처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된 안타까움의 표현이었다.

17개 부처 가운데 13일 현재 임명장을 받았거나 후보자로 지명된 15개 부처 장관 중 정통 관료 출신은 김 부총리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이던 시절 더불어민주당이나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게다가 경제 관련 부처 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인 김현미 민주당 의원이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등은 문 대통령과 가까운 대표적인 ‘친문(親文) 인사’다.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면 경제부처 컨트롤타워로서 기재부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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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처럼 보이는 청와대 경제정책 조직도 우려를 갖게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장관급이지만 권한과 역할은 그 이상이다. 2명의 보좌관(경제, 과학기술)과 정책기획, 통상비서관 외에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사회수석을 모두 거느렸다. 이 자리를 꿰찬 장하성은 재벌 개혁을 강조하는 경제학자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도 불가피하게 기재부 등 경제부처와 여러 가지로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공직사회의 속성상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되고, 청와대에 경제정책에 관여하는 곳이 많으면 기재부의 힘은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과 경제부처는 정책 이견으로 충돌하는 일이 잦았고, 그때마다 시장은 엇갈린 정책 방향에 혼란스러워했다.

공직사회에서 ‘흙수저 신화’를 써내려간 김 부총리이기에 이런 난관들을 극복해나갈 그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다만 상황 논리에 적당히 타협하며 굴신해 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거나 소신을 앞세우며 갈등만 빚어선 곤란하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인사청문회에서 당부한 것처럼 “한국 경제사에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부총리가 되겠다”는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친문의 장막과 옥상옥의 굴레에 굴하지 않고 대통령과 친문 실세들에게 현안에 대한 자신의 소신과 해법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펴낸 책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 ‘킹핀(kingpin)’을 활용한 정책 운영을 소개했다. 킹핀은 볼링 용어로 볼링공이 쓰러뜨려야 할 삼각형의 10개 핀 가운데 세 번째 줄 중앙에 위치한 5번 핀이다. 김 부총리는 킹핀을 찾아내 10개를 한꺼번에 넘어뜨리는 ‘스트라이크’ 같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킹핀을 맞히기 위해선 이를 가리고 있는 1∼3번 핀의 틈을 정확히 노려야만 한다. 김 부총리가 부디 한국 경제의 킹핀을 찾아내 시원한 스트라이크 한 방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황재성 경제부장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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