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이만종]보완이 시급한 테러방지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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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 회장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 회장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 시행 1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기관 간 정보 공유, 협조 체계가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 김정남 암살 등으로 안보 불안이 여전하고 내년에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만큼 철저한 테러 예방·대응 태세가 필요하다.

테러방지법은 국가 안보와 테러로부터의 위험을 방치할 수 없다는 걱정이 입법에 도달하게 한 가장 큰 이유였다. 대(對)테러 행정의 법률성 확보와 테러에 대해 직접적이고 통일성 있게 규율할 수 있는 관련법이 제정, 시행되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은 기존의 입법 발의안들이 담고 있던 중요 사항들을 모두 입법화하지 못해 이에 따른 입법적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다.

발효 1년 동안 테러방지법으로 기소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다. 법 적용의 신중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변화하는 국제테러 흐름에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81개)만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제한한 것도 검토해야 한다. 유엔 지정 테러단체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겨냥한 단체 위주로 되어 있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당시 19대 국회 회기 내 법안 제정을 목표로 지나치게 서두르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은 부분도 살펴야 한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제정된 테러 방지 관련법들이 그 본래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시민적 권리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는 데 활용되었다고 비판받고 있다.

따라서 테러방지법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법에 대한 ‘용인성(容認性)’을 확보하는 문제다. 즉, 적용 과정에서 보다 신중하고 엄격한 운영과 함께 테러방지법은 인권 침해법이 아니라 인권 보호법이라는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

다음으로는 테러방지법이 보다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법 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테러방지법이 모든 테러를 방지하는 묘약은 아니고, 우리보다 앞서 대테러 법을 가진 유럽과 미국에서도 테러는 여전히 발생하지만, 강력한 대테러 법으로 수많은 테러 모의를 사전 적발하여 테러를 예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으로 테러를 양산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차별과 소외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테러 대응의 우선 사항은 테러를 유발할 수 있는 소수자에 대한 불평등과 인권 침해적 환경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따뜻하고 열린 사회를 만들고, 동서 좌우를 아우르는 상생과 공존을 실천하며,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것이 테러를 방지하고 평화를 실현하는 출발점이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 한국테러학회 회장
#테러방지법#유엔 지정 테러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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