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배원기]비영리공익법인 투명화 위해 제도 개선 서둘러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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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원기 공인회계사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배원기 공인회계사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K스포츠나 미르재단 같은 특혜성 공익법인 설립 근절,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시민공익위원회’(가칭) 설립 추진, 공익법인의 정기적인 회계감사와 공익성 준수 여부 등 감독·강화의 3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공익법인제도의 개혁은 제정된 지 40년이 넘은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공익법인법)의 개정과 맞물려 있다. 대통령 공약 사항인 만큼 정부 및 여당에서 공익법인 관련 법령 개정의 구체적 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2월 국회에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몇 가지가 더 있다.

첫째, 한국당은 현재 공익법인법 개정안만 제출하고 있으나 이 법뿐만 아니라 민법 내 비영리법인에 관한 규정이 동시에 개정되어야 한다. 공익법인법에 의한 공익법인보다는 민법상의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문제가 더 많다. 미르재단은 공익법인법에 의하여 설립된 재단법인이 아니라 민법 제32조 및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라 문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그래서 공익법인법뿐만 아니라 민법상의 비영리법인 설립 및 감독에 관한 제반 규정을 개정하여야 한다.

둘째, 공익법인법 및 민법 이외에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세법도 함께 개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비영리공익 분야는 최근 20여 년 동안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루었으나 제정된 지 오래된 비영리공익 관련 법령은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법령 간에 서로 다르게 정하고 있는 사례도 많아 비영리공익법인 실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셋째, 비영리공익법인 개혁을 졸속으로 추진하지 않고, 시간을 가지고 백년대계의 공익법인제도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우리나라 비영리공익법인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관한 실태 조사 및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즉, 각 주무관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행해지고 있는 비영리공익법인의 설립 허가와 감독 업무의 실태 및 주무관청별 차이점과 문제점, 비영리단체의 애로사항도 파악해야 한다.

비영리공익 분야는 정부와 기업 이외의 제3섹터로 불리는데, 미국은 이들 비영리공익 분야가 국내총생산(GDP)의 7%라고 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될까. 이 분야를 정비하고 투명하게 하는 것은 빈부격차뿐만 아니라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의 하나이다.

이웃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1896년에 제정하였던 민법상 공익법인제도를 2000년에 개혁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5년 동안 실태 조사를 한 뒤 2006년에 관련 법령을 전면 개정했다. 또 2년 동안의 유예기간을 두고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6년이 걸렸지만 우리는 2년 내지 3년 안에 충분히 해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배원기 공인회계사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문재인#시민공익위원회#공익법인제도 개혁#비영리공익법인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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