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잔도 안돼”… 단속기준 0.03%로 낮춰 사고 줄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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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음주운전 줄이기 강력 대책
9년전 ‘7년이하 징역’ 등 처벌 강화… 직장해고 등 추가제재도 잇따라

 “식사 후 운전하실 분은 말씀해주세요.”

 1일 저녁 일본 도야마(富山) 현 도야마 도심에 위치한 다이 이자카야 식당. 동해안에 위치해 풍부한 해산물로 유명한 도야마 시에서도 맛집으로 손꼽히는 식당이다. 이곳에 들어서자 종업원 다무라 히로시 씨(21)가 손님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은 ‘자동차 운전’ 여부였다. 다무라 씨는 “운전할 손님에게 술을 팔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무알코올 음료나 대행(대리)운전 번호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주요 음식점에선 이처럼 운전 여부를 물어보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음주운전자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방조한 이들도 처벌을 하는 음주운전 관련 법규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2007년부터 음주운전을 방조한 일행이나 음식점 주인도 처벌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도쿄에서 음주운전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사람이 314명에 달한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음주운전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기 시작했다. 당시 뺑소니 음주운전으로 대학생 2명이 사망하고, 후쿠오카(福岡) 시 공무원이 음주운전으로 일가족 5명 중 3명을 바다에 빠뜨려 사망케 하는 등 음주로 인한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일본 정부는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엄격한 제재와 강력한 처벌을 근간으로 하는 음주운전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2002년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하향 조정한 게 대표적이다. 미야지마 히데가즈 도야마 현 경찰청 교통계획과 차장은 “당시 일본에선 ‘술 한두 잔쯤은 괜찮다’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다”며 “기준 강화 이후 한 잔만 마시고 처벌되는 사례가 생기자 음주운전자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처벌 수위 역시 대폭 강화했다. 200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엔(약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엔(약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였다. 후지모토 히로유키 일본 경시청 교통총무과장은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실형 선고 비율이 높아지는 등 법 집행을 엄격하게 했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해고’ 등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강력한 처벌의 효과는 컸다. 2001년 1191명에 달했던 사망자 수는 2005년 709명으로 대폭 감소했고, 2010년 295명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203명을 기록해 15년 만에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일본처럼 음주운전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과 함께 단속을 엄격히 해 효과적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도야마=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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