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장석일]‘건강여성클리닉’ 실패… 다시 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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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건강여성 첫걸음클리닉’ 사업을 올해 처음 선보였다. 그런데 이 사업에 참여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여성 청소년 수가 목표치의 3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아과학회는 “이 사업이 실패한 것은 ‘백신 괴담’에 대한 홍보 부족 때문”이라며 “영유아 백신 접종 경험이 많은 소아청소년과가 사업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처음부터 ‘여성의 건강관리’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 없이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 중심으로 사업계획을 잘못 수립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처음 도입된 2007년 산부인과의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은 93%, 소아과 3% 정도였고, 이후로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이 주로 산부인과에서 이루어졌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예방백신 접종과 자궁경부암 조기검진이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생활을 시작한 여성이라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연 1회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하고 있다. 최근 20, 30대 젊은 여성들의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급증하자 건강보험공단도 20대 여성들부터 2년마다 1회씩 무료 검진권을 발급하고 있다. 문제는 산부인과 방문을 꺼리는 여성들의 인식 때문에 무료 검진조차 거르고 장기간 검진을 받지 않는 여성이 많다는 것이다. 만혼과 고령 출산으로 난임 여성이 늘어나고 가정의 임신 비용이 급증하는 이 시점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가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재직할 때 ‘초경의 날’을 제정했다. 여성의학 전문가인 산부인과 의사가 초경을 시작하는 만 12, 13세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까지 교육과 실천을 유도했다. ‘건강여성 첫걸음클리닉’을 통해 청소년기부터 산부인과를 편안하게 방문하게 되면 여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여성 건강을 관리받을 수 있다. 여성들은 자궁, 난소 등에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받음으로써, 합병증 또는 후유증으로 인한 난임 등을 예방하고 원하는 시기에 아이를 출산하는 데 지장이 없어 좋을 것이고, 국가는 의료비 부담을 절감하고 난임으로 인한 저출산을 예방하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지금처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 비율을 높이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건강한 여성을 위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석일 전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원장
#건강여성클리닉#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자궁경부암 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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