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가능한 ‘봄날의 책방’… 요리 수업 펼쳐지는 ‘책방 같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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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전국 이색 책방들

 
통영 장인이 만든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경남 통영시 ‘봄날의 책방’. 봄날의 책방 제공
통영 장인이 만든 제품도 함께 판매하는 경남 통영시 ‘봄날의 책방’. 봄날의 책방 제공
이색 책방은 전국 곳곳에 숨은 진주처럼 콕콕 박혀 있다. 숙박이 가능한 북스테이 책방부터 그림책, 문학, 독립출판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책방 등 다양하다. 이들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서 문화 행사를 개최하며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연 속에서 책과 노닐다

 
충북 괴산군의 ‘숲속 작은 책방’은 가정집 2층을 숙박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연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책을 즐길 수 있다. 숲속 작은 책방 제공
충북 괴산군의 ‘숲속 작은 책방’은 가정집 2층을 숙박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연에 둘러싸여 느긋하게 책을 즐길 수 있다. 숲속 작은 책방 제공
책에 둘러싸여 여유 있게 지내고 싶다면 북스테이를 해보자. 충북 괴산군에 자리한 ‘숲속 작은 책방’은 부부가 운영하는 예쁜 책방으로 유명하다. 가정집 1층은 서점, 2층은 숙박 공간으로 운영한다. 한 번에 한 팀만 받는다. 백창화 대표는 “최대 10명까지 가능하지만 8명을 넘지 않아야 여유 있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달씩 묶어서 예약을 받는데 인기가 많아 서두르는 게 좋다. 북콘서트와 북클럽, 작은 전시회도 열고 있다.

 경남 통영시 ‘봄날의 책방’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 책방과 게스트하우스는 출판사인 ‘남해의 봄날’과 한 몸이다. ‘봄날의 책방’에서는 통영 장인들이 만든 나전함, 연필통, 베개 등도 판매하고 있다. 낭독회, 음악 공연을 열고 저자 강연회도 한다. 통영12공방과 장인을 소개하는 장인지도를 비롯해 박경리 유치환 이중섭 등 통영과 인연이 있는 예술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거나 술잔을 기울이던 곳 등을 모아 문학지도도 만들었다.  

교육, 낭독, 여유


 부산 수영구 수영로에 자리한 ‘인디고 서원’은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오랜 기간 인문학을 가르쳐 온 허아람 대표가 2004년 문을 열었다. ‘입시가 아닌 의미와 관계를 지향하는 수업’을 진행하는 문화 교육 공간이기도 하다.

 매달 두 차례 ‘수요독서회’를 열고 청소년 교양 인문잡지 ‘인디고잉’도 발행한다. 출판사 궁리도 운영한다. 허 대표는 “문을 열 당시 찾았던 청소년들이 이제 대학생이 돼 돌아와 풍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 맥주, 위스키를 즐기며 책을 보고 싶다면 ‘미스터버티고’(경기 고양시 일산동구)가 안성맞춤이다. 미국 소설가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신현훈 대표가 오스터의 소설 제목을 따서 지었다. 신 대표는 “혼자 와 술이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보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북성로의 ‘더 폴락’은 독립출판물을 주로 판매한다. 소설 낭독 및 인문학 모임, 영화 감상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도어북스’(대전 중구 테미로)는 대전 토박이인 박지선 씨가 2014년 문을 열었다. 편집디자인을 전공한 박 씨는 독립출판물, 디자인책을 비롯해 에코백, 문구류도 판매하고 있다.

 제주를 방문한 이들이 자주 찾는 책방 가운데 하나는 칠성로길에 있는 ‘라이킷(like it)’이다. ‘진짜 제주’의 저자인 안주희 씨는 전주에서 내려와 정착했다. 제주 관련 책과 독립출판물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그림책, 문학 그리고 시간의 힘


  ‘책방 같이[:가치]’(전북 전주시 덕진구)는 자매가 운영하는 그림책 전문 서점이다. 이 지역의 그림책 동아리인 ‘내 마음의 그림책’을 꾸리는 전선영 씨가 언니다. 전 씨는 자녀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 매력에 푹 빠졌다. 개구리가 나오는 그림책을 읽고 개구리 모양 햄버거를 만드는 등 매주 토요일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요리 수업도 한다.

 소설가 김종호 씨는 올해 7월 광주 동구 조선대 정문 앞에 문학 전문 서점인 ‘검은 책방 흰 책방’을 열었다. 커피와 그가 직접 만든 목공예 소품도 판매한다. 낭독회와 미학공부 모임도 운영한다. 김 씨는 “다음 달부터 5, 6명 규모로 소설 창작 모임을 꾸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을 견딘 서점은 지역의 명소다. 강원 속초시 동아서점과 경남 진주시의 진주문고가 대표적이다. 1956년 문을 열어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동아서점에선 독립출판물부터 단행본, 수험서까지 모든 분야의 책을 만날 수 있다. 3대째 운영 중인데, 매장을 리뉴얼해 이용하기 편하게 동선을 짰다. 397m²(약 120평)의 공간은 아기자기하고 아늑하다는 반응이 많다.

 진주토박이인 여태훈 대표가 운영하는 진주문고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진주시민의 20%가량인 7만여 명이 회원이다. 특정 주제에 맞춰 책을 소개하는 편집 진열로 유명하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격돌할 때는 ‘사이보그 시티즌’, ‘인공지능과 딥 러닝’ 등 인공지능 관련 책뿐 아니라 ‘판을 엎어라’ 같은 바둑 책도 함께 선보였다. ‘펄북스’ 출판사도 만들었다. 여 대표는 “단단하고 좋은 책을 찾아내 널리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점이 속속 생겨나는 건 2014년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영향을 미쳤다. 서점이 일정 부분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출판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문화 시설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 서점이 문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뉴욕 브루클린이 예술가들이 모여 핫 플레이스로 거듭난 것처럼 각 서점의 노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서점이 공동화(空洞化)된 지역 도심을 살리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책방#서점#북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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