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기자의 히트&런]한화에 뜬 ‘두 개의 태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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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성근 감독
한화 김성근 감독
 믿으려면 철석같이 믿어 주고, 믿지 않으려면 아예 처음부터 믿지 않아야 한다. 어설프게 반쯤 믿으면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가 되기 일쑤다.

 최근 한화를 둘러싼 상황이 딱 그렇다. 한화는 3일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는 김성근 감독을 재신임하면서 단서를 하나 달았다. ‘감독은 1군 감독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 부분을 맡는다’는 것이었다. 그날 한화는 LG 감독 출신인 박종훈 전 NC본부장을 새 단장으로 영입했다. 보도 자료에는 ‘프런트 혁신을 통한 구단 전문성 강화 및 이글스 문화 재정립’이라는 미사여구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불과 10여 일 만에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한화는 15일 이홍범 트레이닝 코치와 박상열 투수 코치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프런트는 사전에 김 감독과 상의는 물론이고 알리지도 않았다. 김 감독과는 40년 넘게 인연을 이어왔던 코치들이어서 김 감독의 충격은 컸다. 뒤집어 생각하면 구단이 김 감독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2년 전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사실상 전권을 휘둘렀다. 선수 구성과 운용뿐 아니라 프런트의 고유 업무라 할 수 있는 프런트 인사까지 관여했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진 김 감독은 한화에 앞서 거쳤던 다른 팀에서도 모든 걸 혼자서 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프런트와 부딪쳤다.

 김 감독의 유일한 믿을 구석은 성적이었다. SK 감독 시절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궜고, 이전 LG나 쌍방울 등에서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란 성과를 냈다. 항상 이전 팀과 껄끄럽게 헤어졌지만 성적을 갈구하는 팀에서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만년 하위권이던 한화가 2년 전 그를 감독으로 모셔왔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한화는 그가 지휘봉을 잡은 7번째 KBO리그 팀이었다.

 하지만 한화에서의 지난 2년은 악몽에 가까웠다. 한화는 자유계약선수(FA) 영입에만 수백억 원을 쓰고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선수 혹사 등의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한화로서는 시즌 후 김 감독이 스스로 감독직을 내려놓았으면 하고 바랐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았고, 다급해진 구단은 프런트 강화라는 해법을 내놨다.

 하나의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떠 있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문제는 두 태양의 갈등이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마무리 훈련 단계부터 삐걱거리면 협업이 더 중요해지는 시즌 중에는 더더욱 원활하게 팀이 굴러가기 힘들다. 선수들이나 코치들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상대와 싸워야 하는데 자기끼리 싸우는 팀이 잘될 리가 없다.

 지금 상태라면 감독은 감독대로,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한다. 한화 구단으로선 더 늦기 전에 확실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 믿음을 줄 것인지, 아니면 인연을 정리하고 새롭게 갈 것인지를.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김성근#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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