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기의 음악상담실]제대로 사과하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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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카고의 ‘Hard to say I'm sorry’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이 노래를 라디오에서 한 번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어찌 된 일인지 요즘 누군가 사과만 하면 꼭 이 노래가 나오더군요. 일종의 야유입니다.

 사과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자칫 잘못 사과를 하면 오히려 더 큰 분노, 더 나아가서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죠. 잘못도 잘못이지만 더욱 잘못된 사과로 화약고에 불을 댕기고, 그 불길에 기름마저 부어버리는 요즘 사태를 지켜보면 안타까울 뿐입니다.

 최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과에서는 사과할 때 담겨야 할 요소들과 그 중요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과의 요소는 모두 여섯 가지죠.

 사과의 첫 번째 요소는 내 잘못이며, 그 잘못의 윤리적 법적 책임을 내가 지겠다는 의지 표명입니다. 정직한 자세와 상대방의 비난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태도가 중요하죠. 이때 “하지만…” 같은 말을 덧붙이면 안 됩니다.

 두 번째는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약속과 재발 방지 계획을 밝히는 것입니다. 결국 상대방이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고 판단하게, 그래서 분노를 누그러뜨리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는 것이죠.

 세 번째는 미안한 심정, 부끄러운 마음, 진심 어린 후회를 표현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배경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이해하고 싶어 하지 않는 피해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에 성실하게 답해 줘야 하죠. 이때 당연히 따라오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비난도 감수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엔, 이제 그 잘못을 고쳐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충실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하는 것이죠. 자신의 잘못으로부터 무엇을 배웠고, 이를 통해 어떻게 올바르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는 더 나은 관계와 미래를 위해 화해를 제안하고, 마지막에 가서야 진심으로 용서를 간절하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결국 사과의 궁극적 목적인 ‘용서의 요구’는 사과를 받는 사람에게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란 의미죠.

 진솔한 사과는 갈등과 불신을 해소시키는 가장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입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늘 잘못된 언행을 합니다. 실수라고 하지만, 사실은 잘못할 준비가 되어 있던 잘못을 하고 들키는 것이죠.

 한 인간의 본질은 잘못을 하는 데서 드러나는 게 아니라, 그 후에 잘못을 어떻게 잘 수습하는지, 그리고 그 잘못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변하는지에서 드러납니다. 잘나갈 때는 누구나 다 호인입니다. 힘들 때 누가 진짜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인생은 정치 외교이고, 타이밍입니다. 사과의 타이밍이 너무 빠르고 부실하면 거짓이나 오만으로 보이고, 너무 오래 끌고 복잡하면 계산이나 전략으로 보입니다. 사과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리어 괘씸죄만 추가됩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시카고#hard to say i'm sorry#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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