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대학 유일의 ‘자체 비행장’ 갖춘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1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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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대는 국내에서 비행장을 갖춘 유일한 대학. 제트기와 훈련기,헬리콥터 등도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서대는 국내에서 비행장을 갖춘 유일한 대학. 제트기와 훈련기,헬리콥터 등도 50대를 보유하고 있다.
한서대 항공운항학과는 전문직업조종사, 즉 파일럿을 양성하는 학과다. 대학으로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F급 자체 비행장을 갖추고 있고 최첨단 비행기까지 보유하고 있어 학생들의 비행 능력을 높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만큼 졸업생들의 비행 실력도 뛰어나 최근 4년간 100% 취업했다. 학과가 생긴 지 16년에 불과하지만 전국 상위권 학생들이 찾는 명품학과로 발돋움한 것이다.

"수능에서 연·고대를 갈 수 있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한서대 항공운항학과를 가겠다고 하니 부모님께서 '왜 서울 놔두고 지방대를 가려느냐'며 반대를 했어요. 앞으로는 학교 간판보다 학과의 전망이 중요하다며 부모님을 설득했어요. 조종사의 초봉이 9000만 원을 넘는다는 것도 설득 포인트였지요. 요즘 취직이 어려운 탓인지 지금은 부모님이 더 좋아하세요." 제주 출신으로 항공운항학과 부신웅 씨(4학년)의 말이다. 홍일점 김진미 씨(4학년)는 "일을 하면서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을 탐색하다 선택했다. 민항에서 잘나가는 여자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서대 항공운항학과의 합격선은 꽤 높다. 2016학년도 정시 최종 합격자의 평균 수능 등급은 1.1등급. 백분위로 95.5%이다. 입학정원은 50명. 정원외는 7명 정도. 외국 학생으로는 몽골 학생 7명이 재학 중이다.

한서대의 자랑은 15만 평에 이르는 자체 비행장. 2005년 태안 서쪽 바닷가에 활주로를 만든 이후 350명 정도의 파일럿을 배출했다. 또 제트기를 비롯해 훈련기, 헬리콥터 등 50여 대에 이르는 훈련용 비행기도 보유하고 있다. 훈련용 모의비행장치는 보잉737 시뮬레이터로 최신형이다. 여기에는 함기선 총장의 남다른 노력과 의지가 숨어있다. 그는 항공 분야에 2000억 원을 쏟아부었다.

학교 측이 하드웨어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분야가 소프트웨어다. 바로 실기위주의 커리큘럼. 1, 2학년 때에는 주로 이론을 가르친다.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항공법과 항공교통업무, 항공기상학, 항공역학, 계기비행이론, 공중항법, 항공교통관제영어 등이다. 항공기 엔진도 교과목으로 채택해 비행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다. 3, 4학년이 되면 본격적으로 운항실습 과목을 가르친다.

운항실습은 한서대학교 태안캠퍼스 비행교육원에서 실시한다. 학생들은 2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비행교육원에 들어간다. 운항실습 과목은 4학년 2학기까지 이곳에서 배운다. 비행 교관만 45명.

비행교육원에 들어가면 먼저 2주간 지상 교육을 받는다. 비행기와 똑같은 환경에서 운항실습을 할 수 있는 비행 시뮬레이터에서도 훈련한다. 실습비행 때는 4인승 세스나기에 학생 조종사와 비행교관, 뒤에 학생 1명이 탑승한다. 초기에는 비행교관이 동승하지만 나중에는 학생 혼자서 단독 비행을 한다. 단독비행에 성공하면 왼쪽 가슴에 '윙'을, 어깨 위에도 선이 1개 들어간 견장을 달 수 있다.

항공운항학과 학생회장 윤동건 씨(3학년)는 첫 비행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동안 배워왔던 학과 공부를 실제 비행에 잘 적용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실제로 비행기가 이륙해서 공중에 떴을 때 입학 전부터 보아 왔던 비행기를 직접 조종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비행교육원에서는 보통 6, 7명이 한 팀을 이뤄 교육을 받는다. 비행 스케줄이 잡히면 브리핑 룸에서 지도를 펼쳐 놓고 어떤 항로로 운항할지를 교관에게 사전 브리핑한다. 4학년 이동준 씨(24)는 "2학년 때 비행경로 짜는 법을 배웠는데 지도에 항로를 처음 그릴 땐 마음이 설¤다"고 말했다.

한서대학교 태안캠퍼스는 북쪽으로는 인천과 김포, 남쪽으로는 군산 비행장과 공역이 겹치지 않는 곳에 위치해 남북 80km를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다. 태안비행장은 하루 항공기 이착륙 횟수가 800여 회로 인천공항 다음으로 많다. 그만큼 학생들이 비행실습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주말에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항공운항학과 김현진 씨(3학년)의 현재 비행시간은 48시간 정도. 이미 단독비행을 마쳤고 주말에도 자주 훈련비행기를 타 동기들보다 진도가 빠른 편이다. 그는 교관 없이 비행기를 조종한 '단독비행 조종사'이다.

"이론만 공부해오다가 실제 비행기를 타고 직접 조종을 하게 되면서 꿈에 더욱 가까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마주하기 쉽지 않은데 운 좋게도 그러한 일을 찾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비행하고 있습니다."

단독비행을 거치면 그 다음은 야외항법. 태안 공역을 벗어나 가깝게는 여수, 무안, 전주, 멀리는 울산 공항까지 비행교관과 함께 가는 단계. 숙달되면 단독으로 이들 공항에 다녀온다.

항공운항학과를 졸업할 무렵이면 국가 공인 자격증 3개를 딸 수 있다. 자가용 조종사 자격증명, 계기한정증명,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명이다. 사업용 조종사는 돈을 받고 타인이나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에 더 정교한 비행기술을 요구한다. 자가용은 보통 3학년 때, 사업용은 4학년 말에 취득한다. 자가용의 경우 최소 비행시간이 40시간. 이 중 단독 야외비행 5시간을 포함해 단독비행시간이 10시간 이상이어야 한다. 한서대학교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이 좋은 점은 늘 교육받던 비행교육원에서 자격증 실기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

졸업생의 진로는 크게 3가지. 민간항공사 조종사, 공군조종사 및 비행교육원 비행교관이 되는 것. 공군조종사가 되려면 1학년 때 공군조종장학생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합격하면 4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한해 15명에서 20명 정도가 합격하고 공군에서 조종사로 13년간 복무한다. 제대를 하면 민간항공사에서 특별채용을 한다. 공군의 비행 경험과 실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비행교관이 되는 졸업생은 연 10명 선. 비행교육원에서 비행교관으로 학생들의 비행교육을 맡게 되고 매달 급여를 받으며 비행시간을 쌓을 수 있다. 대한항공, 진에어는 비행시간 1000시간 이상,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은 비행시간 700시간 이상을 입사를 위한 자격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나머지 졸업생 대부분은 민간항공사와의 조종사 양성 취업약정형 산학 협력 연계과정(MOU)을 통해 민간항공사 조종사로 입사한다. 이명재 씨(3학년)는 민간항공사 조종사를 꿈꾸고 있다. 그는 공군 병사로 입대해 항공기체 정비 자격증도 땄다.

한서대학교 항공운항학과는 2008년 아시아나항공(연 25명), 2011년 에어부산(연 8명), 2015년 제주항공(연 8명)과 조종사 양성을 위한 취업약정형 산학 협력프로그램을 체결하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재작년에 채용 대상자를 14명으로 늘리더니 작년부터는 25명으로 더 확대했다. 채용을 늘린 것은 물론 졸업생들의 학업능력, 비행실력과 인성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 에어부산도 매년 8명을 채용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제주항공도 졸업생 8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노요섭 항공운항학과장은 학생들에게 글로벌 스탠더드를 습득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한다.

"4학년 여름방학 때면 학생들은 미국 캘리포니아 치노 공항에 있는 한서대학교 미국 비행교육원에서 비행실습을 한다. 그곳에서 미국 관제사들의 관제를 받으며 항공관제영어(ATC)를 익힐 수 있다. 미국에서의 교육기간은 학생들의 진로에 따라 다르다. 보통 국내에서 150~200시간의 교육을 받은 뒤 공군 조종사 트랙은 미국서 30시간(체류 2개월)을, 민간항공사 조종사 트랙은 100~150시간(체류 5개월)을 배워야 한다."

항공운항학과는 ATC가 중요하기 때문에 입학 초부터 영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토익 800점을 졸업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대부분 900점 이상을 넘긴다. 학기 중 월~목까지는 오후 6시부터 원어민 교사를 배치해 수시로 현장 영어를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4학년까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이명재 씨는 "기숙사 생활을 오래해서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다. 친한 선배가 찾아와 강연을 하거나 개인적으로 멘토 역할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장학금도 풍부한 편. 지난해 재학생 전원이 최소 150만 원 이상의 장학금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항공운항학과를 비롯해 항공학부 5개 학과가 지방대학 특성화학과(CK-1)로 선정돼 5년간 120억 원을 지원받아 수혜 학생들이 늘어났다.

서산=손진호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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