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카페]中, 평화롭게 대국으로 굴기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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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굴기를 위해서…’

‘중국이 평화롭게 대국으로 굴기(굴起·떨쳐 일어남)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이런 의문이 심각하게 제기되는 때도 없다.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배치, 미일 동맹 강화, 대만에서의 ‘독립 성향’ 민진당 집권, 동중국해·남중국해 영유권 등으로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올해 3월 나온 ‘중국의 굴기를 위해서 범해서는 안 되는 착오(中國굴起 不可承受之錯)’(중신출판집단·표지 사진)는 중국 전문가 2명이 내놓은 ‘대국 굴기’ 지침서다. 대국 굴기를 위해 피해야 하거나 해서는 안 되는 국내 및 외교 상황 10개씩을 뽑아 정리했다. 공동 저자 정융녠(鄭永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중국의 방식’, ‘대국으로 가는 길’, ‘개혁과 그 적’ 등 저술에서 내놨던 처방을 최신 버전으로 집대성했다.

‘외교편’에서 남중국해 문제가 ‘관련국 간 충돌이 중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을 중국이 저질러서는 안 되는 착오로 지적했다. 중국이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핵심 이익’을 내세우며 부딪치고 있는 현재 상황은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이 책은 비판한다.

동중국해에서 일본과의 영토 갈등이 너무 격렬히 진행되는 것도 중국에 해롭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실효 점유하고 있는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를 군사적으로 뺏을 수도 없고 설령 점령한다 해도 그러면 대대로 일본의 원한을 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영향을 받는 것은 중국 현대화다. 일본의 협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 주변국과 갈등이 벌어지면서 민족주의 정서가 배타주의로 흐르는 점, 미국과 ‘신형 대국 관계’를 맺지 못하고 결국은 파국을 맞는 상황, 잠재적인 경쟁국인 인도와의 충돌도 외교 분야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대만뿐 아니라 홍콩에서도 ‘분리 독립’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점차 국제 문제화하는 것도 굴기의 걸림돌로 지목됐다.

‘국내편’에도 지뢰가 수두룩하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관료 사회가 복지부동에 빠지고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한 점이 눈에 띈다. 반부패 드라이브 3년이 지나면서 소신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당이 정책 방향을 정하고 행정부가 집행하는 구조인 중국에서 둘 사이의 권력 균형이 깨지는 상황도 위험 요소다. 당이 강압적으로 방향을 정하면 현실을 무시할 수 있고, 행정부가 당의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큰 방향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 발전 과정에서의 지나친 부의 집중, 사회적 모순이 불거지면서 적절히 통제되지 않고 큰 혼란이 발생해 ‘저가 혁명’(체제 혁명은 아니어도 무정부 사태를 초래할 정도의 대혼란)이 우려되는 상황 등도 굴기를 막는 치명적인 착오로 꼽혔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대국#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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