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티파니에서 아침을’ 거쳐 살인마의 삶속으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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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인들은 결국 교수대에 오르지만 그들의 냉혹함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차가운 피는 쉽게 데워지지 않는 법이다. ―인콜드블러드(트루먼커포티·시공사·2006년) 》

19년 전 경기 안양시에서 호프집 여사장을 살해하고 중국으로 달아났던 강모 씨(46)가 경찰에 붙잡혔다. 2년 전 경기 수원시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동업자 2명을 살해한 김모 씨(60)도 현장검증에서 범행 과정을 재연했다. 일본에서는 지적장애인 보호시설의 전직 직원이 시설에 있던 지적장애인 19명을 살해했다. 최근 일주일간 언론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살인 사건이다.

1959년 11월 미국 캔자스 주에서도 농장주인 클러터와 부인, 아들과 딸이 총으로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데다 이웃의 신망이 두터운 농장주가 피살되자 마을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언론에서 사건을 접한 트루먼 커포티(1924∼1984)는 이 마을로 가 농장주의 주변인부터 범인의 가족 관계까지 샅샅이 뒤진다. 살인 사건과 어울리지 않게 커포티는 오드리 헵번이 출연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다.

그는 6년에 걸쳐 범인인 페리 스미스와 딕 히콕의 이야기를 듣고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4세 때 부모가 이혼하고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커포티는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페리에게 깊게 감정이입한다. 이렇게 만든 인터뷰 자료만 6000장을 넘었다. 책은 신문 기사처럼 자세하고 객관적이며 소설처럼 긴박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이 책은 ‘논픽션 노블’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렸다.

커포티는 이 책으로 엄청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구설에도 휘말렸다. 범인인 페리 스미스를 이성으로서 좋아한 것이 알려져 책 내용의 진실성을 의심받았다. 페리 스미스에게 애정을 느끼면서도 그가 사형돼야 책이 완성될 수 있음을 알고 형 집행을 바라기도 했다.

커포티의 취재 과정을 담아 2005년에는 영화 ‘카포티’가 만들어졌다. 2014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해 이제는 볼 수 없는 필립 시모어 호프먼이 주연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으로 2006년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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