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문화기술과 역사 콘텐츠의 융합교육으로 취업의 길 활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6일 1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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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충남 아산 온천천 생태공원에 건립한 ‘빛의 소녀상’(높이 1.3m 폭 0.9m). 선문대 대학특성화사업 중 하나인 융복합다학제 캡스톤디자인에 참여한 역사문화콘텐츠학과와 공과대 학생들이 공동 작업한 결과물이다.
충남 아산 온천천 생태공원에 건립한 ‘빛의 소녀상’(높이 1.3m 폭 0.9m). 선문대 대학특성화사업 중 하나인 융복합다학제 캡스톤디자인에 참여한 역사문화콘텐츠학과와 공과대 학생들이 공동 작업한 결과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유물과 유적이 관광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의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이집트. 그런데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들면서 보존가치가 높은 유물들이 훼손되기 시작하자 이집트 유물관리 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황금마스크로 유명한 투탕카멘 등 파라오 왕가의 무덤들이 습도의 공격과 관광객들이 내뿜는 숨으로 무덤과 내부 벽화 등에 문제가 생긴 것. 결국 이집트 당국은 무덤 공개를 완전히 중단하고 무덤 전체를 통째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2014년 레이저 스캐너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투탕카멘 무덤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이 무덤은 실제 무덤과 똑같아 관광객들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생생한 무덤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3D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복원’은 유형 및 무형으로 전승돼온 인류의 문화유산을 본래 모습대로 복원 또는 재현하거나, 가상공간 체험을 가능케 해주는 신기술이다. 경주 황룡사지 목탑, 석굴암 등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에서 훼손된 문화유산을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 모델 역시 정밀 스캔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복원의 한 분야다.

올해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한 김수진 씨는 학과에서 3D디지털복원 기술을 익혀 이 분야로 진출했다. 김 씨는 현재 3D스캐닝과 프린팅 전문업체인 포디게이트에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역사 과목에 흥미를 가져 선문대 역사학과에 진학했다. 그런데 학과가 2014년 역사문화콘텐츠학과로 확대 개편하면서 역사적 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전공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나는 역사 문화재를 복원하고 재현하는 일에 흥미를 느껴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김 씨가 몸담았던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는 교육부가 진행하는 지방대 특성화사업(CK-1)으로 선정되면서 특성화사업(역사콘텐츠 CT 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의 하나인 HIT(History Innovation Track)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문화유산3D디지털복원 전문인력 양성 과정’, ‘역사문화콘텐츠 이야기꾼 양성 과정’, ‘스마트역사콘텐츠 기획인력 양성 과정’ 등 세 과정이 있다. 김 씨는 이 중 ‘문화유산3D디지털복원 전문인력 과정’을 밟으면서 HIT 프로그램과 제휴를 맺은 3D디지털복원 업체에서 인턴 생활을 거쳐 취업에 성공한 경우다.

같은 과 4학년인 진소희 씨는 HIT 프로그램 중 ‘역사문화콘텐츠 이야기꾼 양성 과정’ 트랙을 밟고 있다. 진 씨는 충남 지역의 문화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충남문화산업진흥원에서 인턴을 하면서 충남 매포 지역을 중심으로 한 매포문화권의 관광 문화 자원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사업에 참여했다. 진 씨는 매포 지역의 설화와 역사를 스토리텔링하는 콘텐츠 기획 분야에 투입돼 학과에서 배운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턴 시절 역량을 인정받아 졸업 후에도 역사 문화 관련 콘텐츠 기획 분야에 진출할 예정인 진 씨는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기원하며 제작한 ‘빛의 소녀상’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충남 아산 온천천 생태공원에 건립한 ‘빛의 소녀상’(높이 1.3m 폭 0.9m)은 ‘X-Cut 레이저 커터기’를 이용한 목판 음각물. 이 작품은 선문대 대학특성화사업 중 하나인 융복합다학제 캡스톤디자인에 참여한 역사문화콘텐츠학과와 공과대 학생들이 공동 작업한 결과물이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을 모델로 삼아 3D스캐닝을 한 후 교내 아이디어 팩토리사업단과 협업해 나무에 음각한 소녀상을 제작해냈다.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장 임승휘 교수.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장 임승휘 교수.
“우리 학과 임승휘 교수님이 아산의 호국역사적 전통과 현재 진행형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는 역사 현실을 고려해 위안부 소녀상 제작 아이디어를 냈고, 학생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역사문화콘텐츠학과를 다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과분합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며, 우리가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입니다’로 시작되는 ‘빛의 소녀상’ 건립비문은 역사학도로서 내 삶의 지표이기도 하다.”

임승휘 교수는 역사학과 문화콘텐츠학의 융합 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이 인문학·역사학적 상상력과 감성을 갖추고, 비판적이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혁신까지 주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교육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학과의 교육 과정은 한국사, 동양사, 서양사를 아우르는 역사학 교과목과 문화콘텐츠학 교과목을 융합한 전공교과 과정, 방과 후 수업과 전공동아리 활동의 비교과과정, 그리고 전공심화 과정에 해당하면서 동시에 ICT 교육과 문화기술교육을 목표로 한 HIT프로그램으로 설계돼 있다. 현재 세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HIT 프로그램은 1, 2학년까지 전공 교과목을 이수한 후 3학년이 되면 자신이 원하는 HIT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교육을 받는다. 또 1학년 때부터 체계적인 방과후 수업을 통해 프로그램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초지식을 배울 수 있다.”

학과 내 전공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현재 역사콘텐츠개발연구회, 다꿈(다큐멘터리PD의 꿈), 3D-답사 등 5개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학생들은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역사문화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한다. 실제로 이 학과를 알리는 페이스북에 들어가면 학생들의 활동,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 학생들이 만든 다양한 역사콘텐츠 등을 볼 수 있다.

임 교수는 학생들이 전공 교육과 비교과 활동을 하면서 특히 지역에 밀착돼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학과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천안·아산 지역에서 유일하게 역사학과 문화콘텐츠학을 함께 다루는 학과다. 그래서 지역 문화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하고 개발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년간 아산의 외암민속마을(중요 민속자료 236호)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외암민속마을은 예안 이씨 집성촌으로 50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고 있고, 아무도 살지 않는 경기도 용인의 한국민속촌과는 달리 현재도 80여 가구가 생활하고 있는 전통 부락이다. 우리 과 학생들은 사진과 동영상, 스토리를 담은 e북을 통해 외암민속마을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외에도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공세리성당 등 충남 지역의 문화유산을 홍보하는 데도 학생들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역사콘텐츠CT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역사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의 전공학술탐사 행사(2016년 3월)
역사콘텐츠CT창의인재 양성사업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역사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의 전공학술탐사 행사(2016년 3월)
학생들의 이 같은 활동은 지역 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인문학의 자생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임승휘 교수는 문화기술(CT)과 인문학의 융합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진로선택과 취업에서도 질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했다.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만큼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임 교수의 목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역사학 관련 학생들은 학과 졸업 후 대개 역사학 전공 대학원, 교육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박물관, 문화산업 업체와 기관, 문화유산조사기관 등에 취업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였다. 그러나 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의 졸업생들은 특성화사업 이후 3D문화유산조사 관련 업체, 디지털콘텐츠 기획자 등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임 교수는 “HIT 프로그램 등 학과 특성화 교육의 실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학생들에 대한 학과의 지원도 풍족한 편. 학과는 2014년 지방대특성화사업에 이어 특성화우수학과로 선정되면서 받고 있는 지원금을 학생들의 교육과 장학, 해외연수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학과에 진학하려는 고교 수험생들을 위한 임 교수의 팁. 수시 면접에서 구체적인 역사지식을 묻기보다는 역사학에 대한 애정과 태도를 중시한다고 한다. 특히 역사학이 과거 사실을 단순히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라, 비판적인 사고와 역사학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학생들이 알고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는 것. 또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을 물어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국정교과서 문제, 한일 역사교과서 논쟁, 위안부소녀상 문제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물어보고 답변을 통해 지원자의 논리성과 체계성을 평가한다는 것.

학과 입학 성적은 2015년을 기준으로 수시 일반 1전형 평균은 3.28, 커트라인은 4.33. 수시 일반 2전형 평균은 2.51, 커트라인은 3.44였다. 2017학년도 입학 정원은 62명으로 수시에서 44명을, 정시에서 18명을 선발한다.

아산=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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