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학교 터 지하서 1000t 폐기물,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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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서울교육청-SH공사, 처리놓고 한달째 갈등

“지하에 폐기물이 있는 줄 알면서도 숨기고 땅을 판 것 아니냐.”(서울시교육청)

“계약에 따르면 원래 지반 아래 있는 폐기물은 매수자가 처리한다.”(SH공사)

초등학교 신설 공사 도중 나온 폐기물 처리를 두고 해당 부지를 판 SH공사와 매입한 시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폐기물 처리가 한 달째 지연되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초등학교 개교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8일 서울시교육청과 SH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 강동구 미사리초등학교 신축 공사 현장에서 터파기 공사를 진행하던 중 학교 부지 지하에서 1000t에 달하는 대규모 폐기물이 발견됐다. 묻혀 있던 폐기물은 콘크리트 잔해와 벽돌, 산업 폐기물 등으로 원래 지반에서 약 4m 깊이에서 발견됐다. 미사리초교 신설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은 “공정에 막대한 차질이 있다”며 시교육청에 즉각적인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폐기물이 발견된 지 한 달이 되도록 폐기물은 치워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 1만1000여 m²(3300여 평) 규모의 학교 부지 매매 계약을 체결한 시교육청과 SH공사가 폐기물 처리 비용 부담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은 해당 부지를 판매한 SH공사가 폐기물을 치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택건설사업을 위해 인근에 있는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면서 발생한 폐기물이 초등학교 부지에 매설된 것이고, 초등학교 공사 도중 예상치 못한 폐기물이 발견됐기 때문에 판매자인 SH공사가 책임지고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SH공사는 계약서 내용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이 체결한 학교용지 매매 계약에는 ‘원래 지반 아래에서 발견되는 폐기물은 매수자(시교육청) 부담으로 처리한다’는 조항이 있는 만큼 시교육청이 처리해야 한다는 것. SH공사 관계자는“시공한 부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면 SH공사가 책임을 질 텐데 해당 폐기물이 발견된 지하는 우리가 손을 대지 않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SH공사가 부지 조성공사를 하면서 해당 부지에 폐기물이 매립된 사실을 알면서도 시교육청에 이를 알리지 않고 ‘매수인이 폐기물을 처리한다’는 단서를 붙여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 비용은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폐기물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양측의 싸움으로 초등학교 완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사리초교는 인근 초등학교의 과밀학급 문제 해결을 위해 2017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사가 완전히 중단된 건 아니지만 한쪽에 폐기물을 쌓아놓은 채 진행되고 있어 지장을 받고 있다”며 “하루빨리 치우지 않으면 공사가 계속 늦어져 개교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폐기물#sh공사#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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