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초중고 가정조사때 학부모 직업-소득까지 파악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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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예방에 필요” vs “학생차별-촌지 우려”

교사는 학부모 정보를 어디까지 알고 있어야 할까.

지난해 말에 터진 인천 연수구 11세 여아 학대부터 최근 ‘원영이 사건’까지 충격적인 아동학대사건을 계기로 학교의 학생 가정환경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교사의 차별 대우나 촌지 수수를 예방하기 위해 학부모의 직업, 경제력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최근 교육부는 신학기 시작에 맞춰 전국 시도교육청에 “가정환경을 조사할 때 학부모의 직업 등 개인정보는 과도하게 수집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이 학생의 가정환경을 묻고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미 2013년 일선 학교의 각종 조사양식을 통일하면서 학부모 재산, 직업, 학력 등을 적는 난을 없애는 등 정보수집 관행을 바꿔 왔다. 당시 교육부가 만들어 지금까지 전국 초등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쓰고 있는 ‘학습환경 조사서’를 살펴보면 학부모 정보는 이름과 ‘비상연락이 가능한 연락처’가 전부다. 학부모의 학력, 직장, 나이, 연봉 등을 적는 항목은 없다. 형제자매도 같은 학교에 다닐 때만 이름 학년 반을 적도록 했다. 이전에는 학교마다 다른 조사양식을 사용하며 학생의 가정형편 정도, 주택 소유 형태, 자가용 유무, 생활보호대상자나 소년소녀가장 여부를 자세하게 조사했다.

당시 교육부가 조사양식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정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정보 수집에 대한 학부모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부모 직업에 따라 학생들이 차별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 학생들 간 위화감 조성, 학부모 경제력에 따른 교사의 촌지 요구 가능성 등도 이유로 작용했다.

1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23.3%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의 아이들이었다. 부모 등 가해자의 직업을 조사한 결과 32.4%는 직업이 없었고 16.5%는 단순노무직이었다. 가해자의 절반가량이 소득이 없거나 매우 낮았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부모의 생활고나 스트레스가 자녀 학대로 표출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학교와 교사가 학부모의 직업, 소득, 가정환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모의 가난이 모두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통계적으로 그런 사례가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이자는 의견이다. 서울지역의 한 초교 교사는 “학부모들이 촌지나 학생 차별 문제를 무척 예민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 가정환경은 최소한으로만 파악하고 있다”며 “하지만 학생의 가정과 부모에 대해 최대한 자세히 알아야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가정조사#학부모직업#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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