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기자의 온사이드]“올림픽 가자” 험난한 도전 나서는 女축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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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亞경기 석달전 대표팀 급조… 참담한 패배의 아픔 겪었던 女축구
26년 지난 지금 세계와 격차 좁혀…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 꿈 위해
결전지로 가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여자 축구대표 모집, 협회 91 월드컵 대비.’

1990년 5월 9일자 동아일보 11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이듬해 중국에서 열리는 제1회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 대비해 국가대표 선수를 뽑는다는 내용이다. 이때만 해도 국내 대학이나 실업에는 여자 축구팀이 없어 공개 테스트로 국가대표 선수를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육상, 핸드볼, 탁구 선수 출신 등으로 구성된 최초의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탄생했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들은 당시 배재고 감독이었던 박경화 초대 여자 대표팀 사령탑의 지도를 받으며 6월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여자 대표팀이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는 석 달 뒤 열린 베이징 아시아경기. 성적은 참담했다. 조별리그 1차전 북한전 0-7 패, 2차전 일본전 1-8 패, 3차전 대만전 0-7 패, 4차전 중국전 0-8 패. 이런 결과를 예상했던 일부 축구인들과 대한체육회는 “망신만 당할 게 뻔하다”며 대회 참가를 반대했었다. 하키 선수 출신으로 당시 대표 선수로 뽑혀 베이징 아시아경기에 나갔던 임은주 전 강원 FC 대표는 “급조된 팀이라 경기력에 대해서는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정부에서) 화장품도 따로 사주고 용돈까지 챙겨줬다. 지원은 좋았다”고 말했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여자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첫 국제대회에서 30골을 내주고 1골밖에 못 넣었던 한국 여자 축구. 하지만 지금은 세계 수준과의 격차를 많이 좁혔다. 아시아경기에서는 최근 두 대회 연속 동메달을 땄다. 지난해 캐나다 월드컵에서는 사상 첫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성인 대회는 아니지만 2010년에는 17세 이하 월드컵 우승으로 남녀 축구를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첫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FIFA 랭킹(18위)도 20위 안으로 진입했다.

여자 축구 대표팀이 26년 전 참담한 패배를 안겼던 팀들을 상대로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다.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에 참가해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것. 한국은 여자 축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한 번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24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은 아시아에 주어지는 티켓이 5장이지만 12개국이 출전하는 올림픽에서는 아시아 몫이 2장뿐이다. 한국은 지역 예선에서 일본(4위), 북한(6위), 호주(9위), 중국(17위), 베트남(29위)과 풀 리그를 벌여 2위 안에 들어야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상대 전적에서 베트남을 뺀 나머지 네 팀에 압도적으로 밀린다. 일본은 지난해 캐나다 월드컵 준우승국이다. 북한을 상대로는 2005년 동아시안컵 이후 내리 9연패를 당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우리가 작년 캐나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동아시안컵에서 우리가 일본, 중국을 제치고 북한에 이어 준우승을 할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도 거의 없었다. 최근 5경기만 놓고 보면 일본과 중국에는 상대 전적(각각 2승 1무 2패)에서 밀리지 않는다.” 윤덕여 여자 대표팀 감독은 “힘든 도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전가을(웨스턴 뉴욕 플래시), 조소현(고베 아이낙) 등 해외파 3명을 포함한 20명의 태극 낭자는 25일 결전지 오사카로 떠난다. 험난한 도전에 나선 여자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올림픽#여자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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