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괴테 ‘파우스트’로 꾸미는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콘서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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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 괴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이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는 구원할 수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불후의 명작 ‘파우스트’가 알려주는 교훈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는 세상에 대한 환멸과 우울에 빠져 목숨을 끊으려 합니다. 그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제안을 합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하도록 해주겠다, 대신 파우스트가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는 극상의 순간이 오면 메피스토펠레스가 그의 영혼을 데려가겠다는 것입니다.

이 매혹적인 소재는 여러 작곡가들이 음악으로 형상화했습니다. 구노는 오페라 ‘파우스트’를, 보이토는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를 작곡했고 베를리오즈는 칸타타풍의 ‘파우스트의 저주’를 썼습니다. 리스트는 ‘파우스트’의 마지막 부분을 가사로 ‘파우스트 교향곡’을 썼고 말러도 같은 가사로 교향곡 8번의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같은 가사가 사용된 두 교향곡을 비교해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기획콘서트 ‘파우스트’도 흥미롭습니다.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오페라와 교향곡 등으로 수놓는 콘서트이니까요.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저주’에 나오는 ‘헝가리 행진곡’에 이어 테너 이호철이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중 ‘정결한 집’을 노래합니다. 후반부에는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이 연주됩니다. 말러의 교향곡이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와 합창단이 동원된 거대한 ‘우주의 울림’(작곡가 자신의 표현)으로 끝나는 데 반해 리스트의 곡은 한층 고요하고 신비롭습니다.

원작 말미에 파우스트는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쳐 악마가 그의 영혼을 데려가지만 성모와 천사들에 의해 구원을 받습니다. 그는 어떻게 해서 멈추게 하고 싶을 정도의 순간을 경험했을까요.

그는 농경지를 개척해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에 헌신한 뒤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살고 싶다”며 “멈추어라…!”를 외칩니다. 지식도, 향락도, 권력도 누려본 인간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순간은 만인이 함께 누리는 자유였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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