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대 의생명과학과, 기초과학 노벨상, 그 꿈을 이룰 생생한 현장속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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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물의 항암효과를 측정하기 위하여 무균 동물실험실에서 실험용 쥐에 천연 추출물을 경구투여 하고 있다.
천연물의 항암효과를 측정하기 위하여 무균 동물실험실에서 실험용 쥐에 천연 추출물을 경구투여 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수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고, 그중 200분의 1이 하루에 죽는다고 한다. 단순 계산으론 200일 정도가 지나면 단 1개의 세포만 남게 돼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는 줄기세포(stem cell) 덕분이다. 각 조직의 줄기세포는 적혈구, 백혈구뿐 아니라 피부세포, 신경세포 등을 일정한 수로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가 분화를 한다.

2007년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 연구팀은 역분화 줄기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미 분화가 끝난 인간의 체세포를,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는 자신의 피부 등 기존조직세포를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맞춤형 치료의 길을 열었다. 이 방법은 여성의 수정란을 이용하는 복제배아줄기세포와는 달리 윤리적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야마나카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의생명과학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신비로운 인체만큼이나 연구의 범위와 대상이 광범위하다. 중원대학교 의생명과학과장인 김현표 교수는 “의생명과학은 미래 과학기술의 핵심 분야인 생명과학과 공학, 그리고 기초의학을 접목한 융합학문이다. 야마나카 교수는 성과를 낸 후 불과 5년 만에 노벨상을 받았지만 20년, 30년 후에 가치를 인정받는 연구도 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투자도 중요하지만 연구자들의 끈기도 필수요소”라고 강조했다.

짧은 학교 역사(2009년 개교)에 비해 일찌감치 체계적인 수업환경을 갖춘 중원대 의생명과학과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학생 제도’ 운영이다. 전공기초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2학년 때부터 학과 교수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각 연구그룹 책임교수와 일하며 직접 지도를 받는 것이다.

조원섭 씨(4학년)는 “우리 학과는 다른 대학 유사학과의 경우 대학원 과정에서나 접할 수 있는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 산업체의 특성과 요구사항에 따른 ‘산업체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초기부터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백연수 씨(3학년)는 “처음에는 실험실 청소, 물건 정리가 내게 맡겨진 일이었다. 마치 회사생활, 사회생활을 미리 해보는 느낌이었다. 세포실험, 쥐실험 등 다양한 실험이 있는데 동물실험이 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연구원으로 취업할 예정인데, 이미 학부생 때 다양한 실험실습을 해본 것이 면접 때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발생생물학 야외수업 중 학교 본관을 배경으로 김현표 교수(뒷줄 왼쪽에서 네번째)와 학생들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발생생물학 야외수업 중 학교 본관을 배경으로 김현표 교수(뒷줄 왼쪽에서 네번째)와 학생들이 추억을 남기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구 스터디그룹에 소속된 학생들은 방학기간을 포함해 6학기 이상 연구소 실험실에서 최첨단 형광현미경, 유전자증폭기 등을 직접 써가며 프로젝트 연구가 요구하고 있는 심화된 실험실습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연구그룹은 종양생물학(김현표 교수)을 비롯해 분자세포면역학(강윤중 교수), 뇌질환(석현 교수), 합성생물학(윤영걸 교수), 심혈관 바이러스(임병관 교수) 등이 있다.

학과는 학생별로 1개 이상의 논문과 특허 출원을 독려하기 위해 반드시 산학연 협력을 통한 현장실습과정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현장 및 실험실습이 전체 교과과정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의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분야이기에 졸업 논문 심사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일단 졸업 논문은 연구 스터디그룹에 참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작성해야 한다. 개인이나 5인 이하 그룹이 공동으로 제출할 수 있다. 국문으로 A4용지 15페이지 이상을 넘어야 하며 요약문은 영문으로 써야 한다.
이렇게 작성한 논문은 1차로 구두 발표를 해야 한다. 졸업논문에 기재된 저자는 전원 발표 의무가 있으며 평가 교수단의 질의에 응답해야 한다. 최종 평가는 졸업심의위원회가 정성적 평가를 가미해 결정한다. 졸업논문 점수가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돼야 졸업할 수 있다. 기준 점수에 미치지 못할 경우엔 수정과 보완 기회를 준다. 수정과 보완기회는 한 차례로 기간은 30일이다.

2015학년도 의생명과학과 신입생 환영 MT를 가기 직전 교수진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기념 사진을 찍었다.
2015학년도 의생명과학과 신입생 환영 MT를 가기 직전 교수진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기념 사진을 찍었다.
졸업생의 진로는 크게 두 가지, 대학원 진학과 취업으로 나뉜다. 대학원은 본교를 비롯해 전국의 의학전문대학원, 국내 의생명공학 및 일반 생명공학 관련 대학원, 해외의 관련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
정재석 씨(4학년)는 “취업 직종은 주로 연구원이다. 의료생명공학 벤처기업, 병원 및 의과대학 연구소, 제약, 식품관련 연구소 등 다양하다. 공공기관인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의과학검역원, 농업진흥청 등도 진출 대상”이라고 말했다.

“의사는 사람에게 병이 생긴 이후 그 결과를 보고 치료하는 사람이다.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 종류별로 적합한 항암제가 필요하다. 의생명과학은 인체의 각종 질환에 관련된 원인을 규명하고 더 나아가 그 진단과 치료법을 개발해 의사들에게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효율적인 무기’를 제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

주요 연구 분야가 백혈병인 김현표 교수는 의생명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Gleevec)을 예로 들었다.
글리벡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의 브라이언 드러커 박사가 개발하고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만들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임상연구를 했다. 글리벡을 투여하니 당시 임상 환자 24명 중 23명에게서 수개월 내에 병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2001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상 최단기간인 2개월 만에 신약 승인을 내줘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암은 재발하면 치료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기존 항암제를 이겨낸 암세포는 더 악성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개발된 지 10여 년이 지난 글리벡에 내성을 갖는 환자들이 나오고 있다. 백혈병 재발의 씨앗이 되는 암줄기세포까지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요즘 관련 연구의 핵심 포인트”라고 밝혔다.

2015학년도 중원대 이공대학 체육대회에 출전한 의생명과학과 학생들이 힘차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2015학년도 중원대 이공대학 체육대회에 출전한 의생명과학과 학생들이 힘차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학과는 2015학년도(입학 정원 35명)에 수시로 90%, 정시로 10%를 선발했다. 커트라인은 수시 일반전형이 4등급 안팎. 수시 면접 단골 질문은 ‘의생명과학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나?’ ‘졸업 후 꿈은 무엇인가?’이다. 예상 가능한 질문이지만 논리적이고 압축적으로 차별화한 답변을 하려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각종 장학금을 모두 포함하면 장학금 수혜율은 80%에 이른다. 입학금은 전원 면제이며, 입학 성적에 따라 4년 전액 장학금, 4년 반액 장학금 등의 성적 우수 장학금을 준다. 봉사활동을 70시간 이상 했을 때, TOEIC 성적이 향상했을 때, 형제나 남매가 동시에 재학 중일 때 주는 장학금도 있다.

모영원 씨(4학년)는 “등록금은 한 학기에 370만 원 정도다. 입학 후 성적 장학금은 학과에서 30% 안에 들면 3분의1 장학금, 10% 안에 들면 2분의1 장학금, 5% 안에 들면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기숙사비도 직전 학기 성적이 2.75가 넘고 벌점이 15점 이하면 반액을 지원해 준다. 다른 대학에 비해 학비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한때 수술 실력이 형편없어 놀림까지 받던 의사였으나 기초과학 연구자로 변신해 노벨상까지 수상했다. 그는 자전적 에세이 ‘가능성의 발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격언은 ‘인생만사 새옹지마’라고 밝혔다. 야마나카 교수는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아니다. 노력형 노벨상 수상자다. 연구 성과가 부진할 때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의지를 다졌고, 책을 읽기 위해 출퇴근 때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던 것도 노력하는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마친 중원대 의생명과학과 김현표 교수(앞)와 조원섭, 모영원, 정재석, 백연수 씨(뒷줄 왼쪽부터)가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인터뷰를 마친 중원대 의생명과학과 김현표 교수(앞)와 조원섭, 모영원, 정재석, 백연수 씨(뒷줄 왼쪽부터)가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렇다. 우리에게도 기초과학 노벨상이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다. 수많은 연구자들도 밤을 잊은 채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 매년 우수한 연구 성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 생생한 현장 중 한 곳이 바로 중원대 의생명과학과다.

괴산=안영식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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