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식 기자의 뫔길]산티아고 길위에 핀 순례자의 환한 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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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만난 네덜란드 순례객.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만난 네덜란드 순례객. 천주교주교회의 제공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종교적인 의미도 되새길 수 있어요.”

9일 세계적인 순례길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만난 한 순례객의 말입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40대 엔지니어라고 자신을 밝힌 그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남부 루르드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 자전거로 13일째 산티아고를 향해 페달을 밟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의 세 번째 산티아고행입니다. 왜 산티아고에 여러 번 오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몇 가지 이유를 꼽다가 “잘 모르겠다”며 웃었습니다.

알려진 대로 산티아고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야고보(스페인식 이름 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서북쪽 도시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로 가는 길입니다.

스페인의 가톨릭 성지를 취재하다 경험한 4km 정도의 도보 순례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1시간 남짓 걸으면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것은 길에서 만난 이들의 미소와 웃음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의 부부 순례객은 이쪽에서 양해를 구하며 사진을 찍자 자신들도 카메라를 들이대며 활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에는 정말로 다양한 국적과 피부색, 연령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예외 없이 처음으로 나누는 ‘공통 언어’는 바로 웃음이었습니다. 그 길에는 한국인 순례객들도 빠지지 않습니다. 11일째 순례 중이라는 이윤정 씨(41)는 하루 20∼30km씩 걸었다고 했습니다. 2주간의 휴가를 내고 이 길을 찾았다고 하더군요. 그는 “내 삶의 힘든 시기에 꼭 한번 산티아고에 오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그 시기가 빨라졌다”고 하더군요.

순례객들의 웃음 뒤에는 다양한 이유가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 제가 다시 그 길을 제대로 걷게 된다면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이유 따위는 필요 없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요.―산티아고에서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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