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벤츠 뮤지엄 같은 ‘명품 車사옥’ 우리도 하나쯤 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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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 서울 강남 한전 부지에 대한 입찰이 진행됐다. 현대·기아차가 엄청난 금액을 써내 해당 부지를 갖게 됐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가 ‘혁신’이 아닌 ‘부동산’에 투자했다는 사실에 다소 실망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그들은 왜 온라인 시대에 과도해 보이는 투자를 단행했을까?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은 볼프스부르크라는 작은 도시에 2000년부터 약 4억3500만 유로를 투자해 오토슈타트(Autostadt)를 운영하고 있다. 그 덕분에 관광지도 아닌 이곳에 2013년까지 약 2000만 명이 찾아왔다. 오토슈타트는 기차역에서 내려 들어가는 입구부터 마치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것 같다.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는 개념이다. 이곳에선 별도의 카드 시스템으로 지불이 이뤄진다. 이런 시설과 프로그램은 다양성과 경험을 통한 일체감으로 브랜드파워를 지속 성장시키고 있다.

벤츠의 뮤지엄은 선명한 공간 구성과 철저한 스토리텔링으로 감동을 제공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유엔스튜디오’는 한번 진입하면 끝까지 가야 하는 동선으로 설계됐다. 이곳 역시 입구가 독특한데 들어가자마자 캡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가야 한다. 문이 열리면 하얀 말(馬)이 보인다. 그렇게 시작된 이동은 말에서 마차로, 마차에서 초기 모델 자동차로, 다시 미래형 전기차로 모습을 달리하면서 사람들에게 벤츠가 곧 자동차의 역사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달한다. BMW, 도요타 등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은 이런 공간을 다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만약 이런 ‘감동의 공간’을 위해 투자한 것이라면, 10조 원에 이르는 금액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공간 마케팅’이 제대로 실행된 사례가 거의 없다. 당연히 성공 사례도 없다.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전자제품 회사들도 애플스토어 같은 감동의 공간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엄청난 부지를 갖게 된 현대·기아차에 희망과 기대를 걸어보는 이유다.

홍성용 NCS Lab대표(건축사) moidesig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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