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북한 말투 때문에 놀림 받는 것 가장 힘들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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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코리아 3년차/준비해야 하나 된다]
남북하나봉사단 곽수진 회장
北서 교사… 탈북초등생 방과후 지도

북한에는 봉사라는 말이 없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하나를 위한 전체만 있을 뿐이다.

경쟁만 있을 줄 알았던 자본주의 체제에서 봉사의 보람을 알게 됐을 때 자본주의 한국사회가 더 따뜻한 사회라는 것을 알게 됐다. 2010년 북한에서 내려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탈북민 곽수진 씨(49)가 지난해 탈북민을 돕는 대한적십자사의 남북하나봉사단을 만든 이유다.

남북하나봉사단은 탈북민들이 뜻을 모아 만든 봉사단체로 주로 탈북민 어른과 아이들의 정착을 돕는다. 현재 회원은 20여 명. 곽 씨는 평일엔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일하면서 주말에는 남북하나봉사단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시작은 미미하지만 통일 되는 그날까지 봉사활동으로 한국에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국어 교사로 13년간 일했던 곽 회장은 초등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방과 후에 지도하고 고민상담을 해준다.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게 벅차지만 그보다는 북한 말투 때문에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게 탈북민 학생들의 더 큰 고민입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머물던 이들이 스스로가 중국 사람인지, 북한 사람인지 정체성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이들의 고민을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남북하나봉사단은 단체 차원의 봉사활동뿐 아니라 개인별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회원들끼리 경험을 공유한다. 곽 회장은 “방과 후 수업에 참여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을 보고 대상을 다문화 가정과 지역 취약계층으로 넓혔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남북하나봉사단 회원들이 직접 재료를 구입해 만든 빵을 받은 탈북민 어르신들이 보내준 따뜻한 미소가 보람을 안겨줬다고 한다.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회원들 모두 힘들어했지만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을 보고 피로가 싹 가셨어요. 작은 변화가 모여 한국사회가 함께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 웃는다. 봉사는 이렇게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탈북#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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