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양극화… 중간층 대변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심층 탐사기획 프리미엄 리포트/강경파의 나라]
전문가들 “미디어가 가교역할해야”… “정당 구조 다원화 필요” 지적도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이 주장한 ‘침묵의 나선이론(The Spiral of Silence Theory)’은 일부의 의견이 대다수의 주장인 것처럼 드러나는 현상을 설명해준다. 개인이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의견이 집단 내에서 지배적이지 않다고 느끼면 침묵을 택하는 성향을 띠기 때문에 여론이 소용돌이처럼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선거에서 ‘숨은 표’가 때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침묵하는 다수’를 공론장으로 이끌어내려면 중간층을 결집시키고 다양한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이념적으로는 중도층이 많지만 그 뜻이 조직화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미디어가 가교 역할을 하면서 중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어젠다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원인에 대해 “구한말 이후 일제 때와 6·25전쟁, 산업화를 거치며 극단적인 생존 투쟁을 겪는 과정에서 온건한 사람들이 ‘기회주의자’ 등으로 오해됐던 탓”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소장은 정치권의 역할을 강조했다. 가 교수는 “강경파들은 ‘상대방이 얻으면 우리는 잃는다’는 인식하에 갈등 상황을 ‘윈윈’ 게임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으로 풀어가려고 한다”며 “갈등이 불거지기 전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협상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야 할 정치가들이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로섬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양극적 정당과 이념적 정치가 한국 사회를 둘로 가르고 있다”며 정당구조의 다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중의 정치적 성향이 실제로는 반으로 나뉘지 않는데도 양당 구도 탓에 둘 중 하나로 쏠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정당이 다원화돼 여러 개의 선택지가 있다면 타협과 합의의 가능성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를 위한 선거법과 정당 관련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정치권#강경파#양극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