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더 큰 불행 부르는 말 한마디 “가족이니까 참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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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지금 가족의 모습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할 때다. ―나는 더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한기연·씨네21북스·2013년) 》

‘가족’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여러 명이 둘러앉은 단란한 저녁상이나 할머니가 아랫목에서 내어주는 군고구마처럼 화기애애하고 따뜻한 모습이 먼저 그려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 가족’은 어떠한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존재이자 동시에 가장 큰 상처를 준 존재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미지 속의 가족과는 다른 모습의 가족 안에서 살아간다. 또 ‘내 가족만 왜 이럴까’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문제가 없는 가족은 없다”고 단언한다. 허물이 없고 서로를 잘 안다는 생각에 가족 간의 대화는 격려와 소통보다는 비난과 상처로 흐르기 쉽고, 통제는 친밀함으로 곧잘 포장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가족 간 갈등이 있어서 문제라기보다는 갈등을 그저 묻어 두려고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는 상담을 통해 ‘나 하나만 참으면 된다’거나 ‘괜히 긁어 부스럼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숱하게 봤다. 하지만 가족관계도 큰 틀에서 보면 인간관계이기에 함께 어울려 살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가족의 모습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행동요법이 제시된다. 그중 하나는 ‘한계 설정’이다. 문제가 있는데도 그것이 잘못된 일인지조차 가족 구성원이 모를 때 혼자서만 문제를 지적하고 풀려 해서는 되레 저항만 부를 수 있다. 이때는 내가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명확히 선을 그어 구체적으로 가족에게 알리라는 얘기다.

더불어 문제가 된 주제를 적절한 시기에 한 번씩 되짚어 주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나의 잘못을 지적할 땐 방어적인 자세를 거두고 주의 깊게 듣는 것이다. 반박할 논리를 찾지 말고 동의할 만한 부분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나는 더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한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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