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꿈이 없으면 절인 생선”… 중국版 ‘아프니까 청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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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80년대생 작가 쓰번진의 ‘베이징, 너는 내가 오늘 밤 이룰 수 없는 꿈’

중국 동북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에서 대학을 졸업한 러우쑹(肉松)은 가수의 꿈을 안고 베이징(北京)에 왔다. 노래를 부를 술집을 찾아다녔지만 러우 같은 신참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몇 달이 지나자 휴지 한 장 살 돈이 없다. 컨더지(肯德基·KFC의 중국식 이름) 화장실에 가서 ‘훔쳐’ 쓴다. 마침 같은 동북지방 출신의 한 식당 사장이 노래를 부르고 팁을 받으라고 하지만 손님이 거의 없다. 중국식 소주인 얼궈터우(二鍋頭) 한 병 살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래! 화랑이 밀집한 베이징의 예술구인 차오양(朝陽) 구의 ‘798거리’에 가면 새로 문을 여는 화랑이 관람객에게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아무렇게나 만든 명함을 넣고 이곳저곳을 유격대식으로 다닌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그래도 꿈이 없으면 소금에 절인 생선(죽은 생선을 비유한 표현)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되뇐다.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 작가 쓰번진(私奔錦·사진)이 올해 5월 내놓은 신간 ‘베이징, 너는 내가 오늘 밤 이룰 수 없는 꿈(北京, 니是我今夜不及的夢)’에 등장하는 베이징의 청춘들은 대개 이런 유형이다. 이 책은 ‘베이징에 너와 나밖에 없다’라는 이름의 전자책으로 나와 베스트셀러가 됐던 작품을 보완해 나왔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든다. 특히 청춘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든다. ‘베이징을 떠도는 자’들을 부르는 ‘베이퍄오(北漂)’라는 말도 생겨났다. “한 도시는 늙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매일 몰려드는 청춘이 있기 때문이다”는 말은 베이징에 딱 맞는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베이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을 이루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의 꿈이 깨어지는지 모른다. 청춘들은 때로는 벗어나 도망가고 싶어 하고 때로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려고 하면서 머뭇거리고, 이런 과정에서 청춘은 흘러간다.”

작가는 대학 교정과 지하실, 구러우(鼓樓) 같은 옛날 건물, 첨단 기술업체들이 모인 중관춘(中關村), 술집 등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바쁜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청춘, 반란, 절망, 분노 등을 담담하게 그린다.

작가 자신도 동북 출신으로 약 10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 그는 “대학에서의 몇 년간 청춘은 얼마나 무력한가, 생활은 얼마나 경박한가, 사회에 들어온 후에는 얼마나 많은 속된 세상 물정을 느껴야 했나. 벗어나고도 숨고도 싶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청춘은 그를 아프게도 하고 생기 돌게 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이상’을 잊지 못하게 했다고 말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책의향기#베이징#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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