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제2조 1항 대한민국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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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 헌법 이야기]

김현귀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김현귀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올해 초,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가대표로 출전한 ‘빅토르 안’이 쇼트트랙 경기에서 3관왕에 올랐다.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였던 ‘안현수’ 선수가 국적을 바꿔 출전해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겨준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금메달을, 그것도 세 개씩이나 다른 나라에 넘겨준 빅토르 안을 비난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사람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린 쾌거로 받아들였고, 자랑스럽게 그 광경을 지켜봤다. 참으로 인상적인 사건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중국 출신의 귀화 선수 당예서가 탁구팀 국가대표로 출전해 대한민국에 동메달을 안겨준 일도 있었다. 오랫동안 단일민족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강조해왔던 우리의 폐쇄적인 국적 관념이 세계화의 진전과 다문화사회를 맞으면서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들이다.

그렇다면 헌법에 정한 국민의 자격 요건은 무엇일까. 2조 제1항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국민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적의 취득과 상실, 회복 등 국적에 관한 사항들을 법률에서 정하도록 했는데, 이게 바로 국적법이다.

‘국적’은 국가와 국민을 법적으로 연결하는 고리라고 할 수 있다. 국적을 가진 국민이 대한민국이란 정치공동체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권한과 책임을 나눠 가지는 것이다. 국민만이 선거권, 피선거권, 국민투표권, 공무담임권 등 국정에 참여하는 권리를 가진다. 또 외세의 침입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안전과 존속을 유지하는 숭고한 국방의 의무를 부담한다. 외국인이 아무리 오랫동안 국내에 거주하고 우리 삶 속에 편입되어 살았다 하더라도 국적을 취득하지 않는 한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국가 차원의 선거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국적은 선택이 가능한 것일까? 우리 헌법은 이와 관련해 개인의 의사를 존중한다. 누구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국적을 선택 또는 포기하고, 잃었던 국적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다만 한 사람이 둘 이상의 국적을 갖는 ‘이중국적’과 어느 국적에도 속하지 않는 ‘무국적’에 대해서는 고려할 게 많다. 이중국적의 경우에는 국적을 가진 모든 국가로부터 권리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두 나라 모두에서 병역이나 납세의 의무를 기피하는 등의 기회주의적 행동이 발생한다. 국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중국적자의 경우 국가 간에 자국민 보호권이 충돌하는 문제가, 무국적자의 경우에는 어느 국가로부터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통은 국제사회의 법적 관행을 따른다.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어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의 국적법 역시 그러하다. 이중국적의 경우 성년이 되면 2년 내에 어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국적과 관련하여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이 병역 기피 목적의 국적 이탈이다. 이중국적 상태를 이용하여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각종 권리와 혜택을 누리고, 돈까지 많이 벌었으면서도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가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 또한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원정출산을 하는 사람도 늘어나 한국과 해당 국가 모두에서 사회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바로 이 때문에 국적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병역의무를 이행할 나이가 되면 그 의무를 이행하거나 면제받을 때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또 부모가 외국에 영주할 목적 없이 단기 체류한 상태에서 출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라도 국적 선택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는 군복무 중에도 한국 국적을 이탈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면하는 등 병역의무의 공평한 부담과 성실한 이행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므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국적이라는 국가와 국민 간의 고리는 국민이 외국에 영주하거나 체류하는 경우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헌법 제2조 2항에서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며 이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대한민국의 국민이었지만 지금은 외국 국적만을 가진 해외동포 역시 국가가 보호하여야 할까? 외국 국적의 해외동포는 재외국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통해 부동산거래, 금융거래, 외국환거래, 건강보험 등 여러 영역에서 국민과 동일한 대우를 하고 있다.

김현귀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
#대한민국 국민#빅토르 안#국적#국제사회의 법적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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