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포로의 귀환’ 드라마 속 논란이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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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홈랜드’와 버그달 병장

테러단체에 포로로 붙잡혀 있다 극적으로 생환한 ‘홈랜드’의 닉 브로디 중사. 미국 쇼타임 홈페이지
테러단체에 포로로 붙잡혀 있다 극적으로 생환한 ‘홈랜드’의 닉 브로디 중사. 미국 쇼타임 홈페이지
이쯤 되면 제작자 본인도 섬뜩할 것 같다. 현실에서 드라마와 너무나 비슷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붙잡혀 있다 지난주 미국으로 돌아온 미군 포로 보 버그달 병장과 시즌 3까지 방영된 미국 드라마 ‘홈랜드’ 얘기다. 둘이 닮아도 너무 닮아 CNN은 ‘홈랜드’의 제작자를 불러 버그달 병장 석방에 대한 생각을 묻는 인터뷰를 했을 정도다.

버그달 병장이 풀려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미국은 논란으로 들끓었다. 그가 탈영병이었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더니 심지어 일각에서는 그가 나라를 배신하고 군 관련 정보를 탈레반에게 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가족에게 협박이 날아들고 고향에서의 환영행사도 취소되더니 결국 군에서 그의 탈영 여부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버그달 병장 석방을 외교 성과로 홍보하려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뜻을 접어야 했다.

홈랜드의 주인공 닉 브로디 중사(데이미언 루이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라크에서 테러집단의 포로로 잡혀 있던 그는 미군 작전 중 우연히 발견돼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부통령은 그를 전쟁 영웅으로 홍보해 이용하려 들고, 옛 동료는 닉이 뭔가 기밀을 팔아넘기고 목숨을 건진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를 가장 크게 의심하는 것은 바로 CIA 요원 캐리 매티슨(클레어 데인스)이다. 매티슨은 닉이 테러리스트 지도자 아부 나지르의 지령을 받는 배신자라고 여기며 감시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닉은 감금과 고문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자신이 죽은 줄로만 알고 살아가다 갑작스레 재회하게 된 가족과도 갈등한다. 버그달 병장이 오랜 감금생활로 영어를 거의 잊어버리고 무기력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탈레반이 공개한 영상 속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버그달 병장의 이야기가 홈랜드와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드라마에서 닉은 실제로 아부 나지르에게 포섭당한 인물로 그려진다. 시즌1 말미에선 테러를 저지르려다 실패하기도 한다. 실패는 다행히 조용히 무마되고 닉은 전쟁 영웅의 이미지를 활용해 하원의원 자리에 오른다. 드라마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닉은 CIA의 이중간첩이 된다.

버그달 병장 석방 이후 미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석방이 잘못한 일이라는 의견(43%)이 잘한 일이라는 의견(34%)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버그달 병장의 석방 대가로 탈레반 죄수를 넘겨준 것과 그가 탈영병이라는 동료들의 증언이 영향을 미친 결과일 것이다. 현실에서든 드라마에서든, 죽은 줄로만 알았던 누군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것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모습은 전쟁이 얼마나 오랜 상처를 남기는 일인지를 증명해 준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버그달#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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