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눈덩이 글로벌 부채… 대체 해결책은 있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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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는 직접 돈을 발행해 차입하기만 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꿈 같은 시절이 마침내 끝났다는 뼈아픈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화폐의 전망’·필립 코건·세종연구원·2013년 》

우리는 살면서 빚을 진다. 집을 마련하고 차를 사고 학비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세금만으로 공공지출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관에 의존한다. 빚은 역사가 깊다. 한 원시인이 다른 원시인에게 도끼를 빌리기 시작한 때부터 인간은 빚과 함께했다. 이처럼 빚이 오래 계속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돈을 갚고 은행들은 고객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상환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현재 금융시스템이 견고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지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드디어, 어떻게 그 빚을 갚아야 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1계단 강등시켰다. 제1의 경제대국인 미국조차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채무국의 지위를 의미하는 AAA등급을 상실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신용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금본위제, 브레턴우즈 체제, 변동환율제 같은 통화시스템의 생성과 몰락을 다룬 이 책은 오늘날 세계 금융체제가 심각한 신용불량 상태에 직면했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신용의 창출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확장의 기회로 연결됐지만 동시에 불가피한 자산 버블로 이어졌고 부채는 통제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신용을 기반으로 너무 많은 돈을 빌린 탓에 지난 40년 동안 누적된 부채는 완전히 상환되지 못할 정도가 됐다.

책장을 넘길수록 부채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뚜렷한 해결책을 얻는 건 아니지만 현재 세계가 부닥친 금융위기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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