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52>그들을 화나게 하는 ‘금기어’ 세 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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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스마트폰을 장만한 남편이 부부동반 모임에 가면서 아내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촌스러운 친구라서 이걸 알아보지 못할 거야.” 장담하는 남편을 아내는 “남을 함부로 보는 것이 더 촌스럽다”며 말렸다.

친구는 전화기를 힐끗 보고도 모델명까지 알아챘다. 아내가 친구 부부에게 남편의 ‘촌스러운 내기’를 고해바쳤다. 부부는 집에 오는 길에 다투었다. 남편은 장난을 가지고 정색하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반면 아내에겐 촌스러운 짓을 남들 앞에서 하고야 만 남편이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세 가지가 있다. 촌스러운 것, 못생긴 것, 더러운 것이다. 촌스러운 것 못지않게, 그들에겐 못생긴 것 역시 피하고 싶은 대상이다. 흔히 남자는 미인에, 여자는 재력에 끌린다고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와 집착은 여성들이 더욱 강하다. 스스로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하며 주변도 예쁜 것들로만 꾸미고 싶은 게 여성 대부분의 심리다.

심지어는 잘생긴 자식만 편애함으로써 다른 자식에게 상처를 심어주는 엄마가 있을 정도다. 스스로는 편애를 인정하지 않지만 몇 마디만 나눠 봐도 누구를 아끼거나 싫어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두루 통하고 널리 인정받는 예쁜 자식이 사랑을 받고, 생긴 것부터 하는 짓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식은 엄마의 눈 밖에 난다. 물론 편애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자식들에게 사랑을 자로 잰 듯 똑같이 나눠 줄 수 있는 엄마가 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마지막 ‘더러운 것’은 그들의 시어머니 또는 친정엄마에게서 엿볼 수 있다. 적지 않은 시어머니가 며느리 집에 가면 먼지 검사부터 한다. 친정엄마는 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청소를 해주고 싶어서 안달이다.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뉘앙스의 차이만 있을 뿐 똑같은 말을 한다. “더럽게 이게 뭐니? 제대로 닦아놔야지.”

어머니가 다녀간 뒤에는 청소를 말리지 못한 아내의 얼굴이 분노로 벌겋게 달아오른다. 남편의 머리로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 해석이 안 된다. 세월이 꽤 흐른 뒤에야 ‘더러움 공방전’의 의미를 흐릿하게나마 이해하게 된다.

그들에겐 ‘깨끗하지 못하다’는 것이 ‘칠칠치 못한 대상’으로 통한다. 어머니들로선 청소를 일종의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며느리나 딸을 돌봐주는 동시에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벤트다. 반면 어릴 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더럽다’를 자존심 상하는 일로 간주하며 살아온 아내로선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러니까 아내 또는 여자친구에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이 세 가지 금기어는 절대로 내뱉어선 안 된다.

한상복 작가
#촌스러운 것#못생긴 것#더러운 것#금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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