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업무를 게임처럼… 직원이 신나는 게이머가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게임의 중독성에 대한 논란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다. 게임 중독을 염려하는 측에서는 게임 속 폭력과 선정적인 내용이 모방범죄를 부추긴다고 우려한다.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 공부를 포기한 학생, 가족의 생계를 뒤로한 채 게임에만 몰두하는 가장들도 문제라 말한다. 반면 부정적 의미가 강한 중독이란 단어 대신 ‘과몰입’이라는 덜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중독과 과몰입의 경계는 모호하다. 다만 학술적으로 말하면 게임에 대한 문제는 중독보다는 과몰입에 가깝다고 보인다. 첫째, 게임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폐해가 마약이나 알코올 등 일반적인 중독물질에 비하면 미약하다. 육체적 금단증상도 덜하다. 둘째, 전체 사용자 대비 과몰입자의 비율이 낮다. 마약이나 알코올 등에 비해 흔히 말하는 ‘중독성’이 약하다. 셋째, 약물이나 알코올 등 일반적 중독에서는 중독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게임 과몰입은 보통 게임 그 자체보다는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게이머들, 즉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지나친 몰입 상태에 대한 통제 장치만 있다면 게임은 건전한 몰입을 돕기 위한 유용한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 학업에 게임의 요소를 도입하니 학생들의 집중도가 향상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기업에서도 업무를 게임처럼 만들거나 게임의 요소를 일부 도입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인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IBM왓슨연구소가 2012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주목해볼 만하다. 직원이 40만 명인 미국의 한 대형 정보기술(IT)회사가 사내 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었다. 자료를 올리거나 남이 올린 자료에 댓글을 달면 점수를 주고, 점수에 따라 ‘레벨업’을 시켜주는 등 컴퓨터 게임처럼 만들었더니 직원들이 시키지 않아도 시스템을 활발히 이용했다. 그런데 게임 요소를 없앴더니 올라오는 자료와 댓글의 수가 절반으로 확 줄었다. 게임 같은 재미가 없어지니 업무 공유도가 낮아진 것이다. 기업에서 업무 게임화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 saviour@kangwon.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