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가을에 꼭 듣고 싶다… 라흐마니노프 ‘2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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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표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 동아일보DB
러시아의 대표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라흐마니노프(1873∼1943). 동아일보DB
클래식 혹은 고전음악이 흔히 받는 오해가 있습니다. “변화 없이 늘 고정된 레퍼토리만 연주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맞는 얘기는 아닙니다. 항상 어디선가 창작곡이 발표되고 ‘표준’ 레퍼토리에 진입할 뿐 아니라, 과거에 발표됐던 곡도 끊임없이 그 인기와 위상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특히 발표된 뒤 60여 년이 지나 재평가됐다는 점에서 유별난 작품입니다. 연주에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이 곡은 1908년 초연된 뒤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작곡가는 ‘지휘자가 마음대로 줄여도 좋다’고 말했지만 이후 잘린 형태로도 드문드문 연주될 뿐이었습니다.

이 곡의 재발견에 공헌한 사람이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입니다. 그는 1971년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동반해 러시아와 아시아를 순회 연주하면서 이 곡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넣었고, 동아일보사 주최의 서울 연주를 포함한 당시 여정을 통해 이 작품의 가치를 재발견했습니다. 이후 그는 세계 곳곳에서 이 작품을 지휘했고 1973년엔 이 곡을 삭제 없이 전곡 녹음했습니다. 다른 지휘자들도 이윽고 이 곡의 연주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이 곡의 재발견에 공헌한 또 한 사람이 팝 가수 에릭 카먼입니다. 그는 이 작품의 느린 3악장 주선율을 1976년 팝송 ‘Never gonna fall in love again(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으리)’으로 각색해 발표했습니다. 이 노래의 인기도 더해져, 오랫동안 무시됐던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2번은 오늘날 베토벤이나 말러, 차이콥스키의 주요 교향곡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음원 제공 낙소스>
<음원 제공 낙소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또 있습니다. 이 작품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 곡을 ‘가을에 딱 어울리는 교향곡’으로 꼽는다는 것입니다. 정작 이 작품을 쓸 당시 라흐마니노프의 개인사를 보면 ‘가을’과 관련되는 아무런 힌트도 없는데 말이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25일 부천시민회관에서 객원지휘자 긴타라스 린케비셔스 지휘로 이 작품을 연주합니다. blog.daum.net/classicgam/32

유윤종 gustav@donga.com
#클래식#라흐마니노프#교향곡 2번#앙드레 프레빈#에릭 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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