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로마제국이 1000년간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 “개방적이지 않으면 진정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

―‘위대한 기업, 로마에서 배운다’(김경준 지음, 원앤원북스, 2007년)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흔히 로마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문구다. 몇 해 전 로마에 여행 갔을 때 제일 가보고 싶은 곳은 콜로세움이나 성베드로 대성당이 아니었다. 고대 로마의 심장부였던 ‘포로 로마노’ 광장의 무너진 돌기둥에 앉아서 그 대제국이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번영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서문에서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 로마인이라고, 로마인들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런 로마인들이 1000년 동안 번영할 수 있었던 것은 타 민족에 대한 개방성과 유연함 때문이었다고 이 책의 저자는 분석했다. 로마인들은 건국 초기부터 정복한 부족의 유력한 자에게 원로원 의석을 제공해 로마의 지배계급으로 편입시키는 전통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마치 현대에서 일부 기업이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물리적 합병에 그치고 화학적 결합을 하지 못하는 데 비해, 일류 기업은 피인수기업의 핵심 역량을 흡수하는 것과 유사하다.

조직에 아무리 우수한 인재가 모여 있어도 외부에 대한 개방성이 없다면 마치 고인 물이 썩듯이 그 기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는 창업공신, 공채 출신, 순혈주의라는 단어가 의미하듯이 기득권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외부의 훌륭한 인재를 영입하고도 폐쇄적인 문화에 가둔다면 진정한 혁신은 불가능할 것이다. 조직 안에 있는 먹거리를 나눠 먹는 것이 아니라 바깥세상의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 로마인에게서 배울 수 있는 ‘위대한 기업’의 속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태호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상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